(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 신흥시장국가의 통화 투매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브라질 헤알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터키 리라화는 올해 달러 대비 가치가 약 20% 하락했다. 러시아 루블화와 멕시코 페소화도 약 15% 하락했다.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지만 신흥국 통화 가치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가난한 나라의 저조한 경제 성장과 높은 수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중(코로나 19) 전염을 경계하고 있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보건체계와 정부 재정 경색과 같은 기존의 문제들을 팬데믹(대유행)이 악화시켜서다.

펀드매니저들은 3월과 4월에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수십억 달러를 인출했다. 통화가치는 폭락세를 보였고 아직도 유출된 돈의 대부분은 회귀하지 않고 있다.

갑작스럽고 급격한 통화 가치 평가절하가 진정되지 않으면 신흥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수입과 외채 상환 비용을 모두 끌어올리는 동시에 저축과 금융자산의 가치를 잠식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구매력이 떨어지는 등 비용을 상승시켜 급격한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중앙은행이 통화의 약세를 제한할 수 없다는 우려는 외국인 투자자와 채권자의 추가 이탈을 촉발하고 국가의 재정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개발도상국들의 통화가 석유와 구리 등 그들이 수출하는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반등할 때까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원유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4월 최저치보다 거의 3배 가까이 올랐지만, 올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급감할 것으로 점쳐졌다. 경기회복 속도와 강도에 대한 의문은 구리 등 산업용 금속의 가격을 계속 옥죄고 있다.

TD증권의 글로벌 외환전략 헤드인 마크 맥코믹은 "신흥시장이 필요로 할 것은 세계 경제가 회복됐다는 실제 신호다"면서"신흥시장국은 정상적인 성장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고 상품 수요의 회복도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팬데믹은 세계 경제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으로 몰아넣었다. 세계은행(WB)의 6월 추산에 따르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은 올해 2.5% 역성장할 가능성이 커 최소 60년 만에 처음으로 그룹 전체가 위축됐다.

존스홉킨스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함께 브라질,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코로나19 감염이 가장 많은 5개국에 속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넘은 브라질의 경우 정부는 기업과 실업자들을 돕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렸다. 가뜩이나 확대되고 있던 재정적자는 더 심화됐고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는 올해 27%나 하락했다.

신흥시장이 바이러스와 어떻게 싸울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전략들이 얼마나 성공적일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투자자의 철수를 촉발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연합인 국제금융연구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에 따르면 지난 3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을 제외한 신흥 국가의 채권과 주식에서 약 770억달러를 회수했다. 6월까지 약 230억 달러만 되돌아왔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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