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34년 만에 선보인 20년물…센추리본드 시대도 열리나
<뉴욕은 지금> 34년 만에 선보인 20년물…센추리본드 시대도 열리나
  • 곽세연 기자
  • 승인 2020.08.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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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과연 '센추리본드'가 나올 것인가.

지난해 8월 미국 재무부는 50년, 100년 뒤에 만기가 돌아오는 초장기물 국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드디어 만기가 100년인 국채가 나올 수 있다는 데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센추리본드는 오스트리아와 남미 국가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채택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100년 뒤에 갚는 센추리본드를 미국이 발행한다면 전 세계 국채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2개월 뒤인 10월. 미 재무부는 분기 리펀딩 성명에서 "50년과 20년 만기 국채를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 있는 새로운 상품을 보고 있다"며 대상을 압축했다. 센추리본드는 배제됐다.

50년물이냐 20년물이냐, 고민을 거듭하던 재무부의 마지막 선택은 20년물이었다. 차입자문위원회와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고려해볼 때 시장 수요가 50년물보다는 20년물에 더 많다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1월 중순, 재무부는 상반기 내에 20년물을 발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재무부는 10년 이상 채권 중 당시 10년물과 30년물 국채만 발행하고 있었다. 20년 만기 채권을 마지막으로 발행한 것은 1986년 3월이다.

월가에서는 20년물 재등장으로 이제 당분간 초장기물 발행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한탄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또 일정 부분 수요가 겹치기 때문에 10년과 30년물의 발행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20년물 발행 발표를 두고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통상 재무부는 분기 리펀딩 성명을 통해 조심스럽게 신규물 발행을 공개한다. 재무부의 목표가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발행'이라는 데 있는 만큼 새로운 상품 발행에 대해서는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2월 3일로 예정된 분기 리펀딩 성명 2주 전에 재무부는 20년물 발행을 전격 발표했다. "목표의 본질에서 어긋난다"는 JP모건 전략가들의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새로운 국채를 선보일 시기인가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2020년은 2016년 이후 미국이 쿠폰 포함 국채 입찰 규모를 늘릴 필요가 없는 첫해였다. 적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긴 했지만, 재무부의 입찰 캘린더를 볼 때 이미 자금 조달 수요 대부분을 커버하고 있어서다. 물론 이런 지적이 나올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례 없는 사태가 터지기 전이었다.

여러 논란 끝에 100년과 50년물을 제치고 20년물은 지난 5월 시장에 재등장했다. 3개월 동안 네 번의 입찰이 있었고, 790억 달러 규모가 발행됐다. 전반적으로 수요는 강했다.

첫 입찰이던 5월 20일, 열기는 뜨거웠다. 배정됐던 200억 달러보다 더 많은 500억 달러가 입찰에 참여했다. 발행 금리는 입찰 시작 때보다 더 낮은 1.220%였다. 연방 정부의 부채 만기를 장기로 연장하겠다는 미 재무부의 계획을 시장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6월 입찰에서는 응찰률 2.63배, 발행 금리 1.314%를 기록해 강한 수요를 입증했다.

7월에는 2.43배, 1.059%로, 8월에는 2.26배, 1.185%로 다소 부진했다. 특히 8월 입찰의 경우 입찰 시작 금리보다 0.9bp나 높은 수준에서 낙찰됐다. 지난주 30년물 국채 입찰 소화에 부담을 느꼈던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다.

미국은 이전에도 20년물을 매각한 적이 있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재무부는 정기적으로 입찰을 통해 20년물을 발행했다. 레이건 시대의 얘기다. 그러나 10년과 30년 만기 국채만큼 활발하게 거래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장기 국채가 더 높은 수익률에 거래되는데, 2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발행 당시 대부분 30년 만기 국채수익률보다 높았다.

인기가 없던 20년물의 화려한 비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 부양 정책에 따라 국채 발행 필요성이 커진 재무부로서는 한숨 돌리게 됐다.

재무부가 20년물 발행 규모를 시장 예상보다 훨씬 키우자, 당분간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초장기물 기대도 다시 살아났다. 재무부가 향후 50년물이나 100년물 등의 발행 필요성을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2019년 외에 2017년에도 재무부는 30년 이상의 장기 채권 발행을 검토했다. 이런 계획은 폐기됐지만, 옵션 중 하나로 남아있는 셈이다.

재무부는 초장기물에 대해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향후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만큼 낮은 차입 비용을 확보하고자 하는 니즈가 커질 수 있다. 오스트리아가 2017년에 발행한 센추리본드는 액면가의 2배 이상으로 거래되는 등 인기를 끌기도 했다. 미국 지방채 가운데서도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100년물을 발행했는데, 수익률이 괜찮았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금은 20년물에 집중하겠지만, 더 긴 만기를 내다볼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미국 재정적자가 계속 증가하지만, 가장 유동성이 좋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 속에서 20년물을 포함해 미 국채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차입하기에 아주 매력적인 시대다. 어느 순간 적자가 경고음을 울릴 정도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 미 국채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

경고음은 더 빨리 다가왔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정체됐고, 정부는 막대한 지출 확대로 이 공백을 메워야 했다. 통상적인 1조 달러의 재정 적자에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3조 달러가 동원됐다. 지금 추가 재정부양책도 논의되고 있다. 이제 4조 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 경계마저 허물게 된 것이다. 엄청난 숫자이며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돈이다. 이런 상황에서 20년물은 새로운 50년물 국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재무부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초장기 카드를 다시 꺼낼지 지켜볼 일이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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