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주 발표한 '2020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한국이 경제적으로 이룬 성과에 대해 극찬했다.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기존 마이너스(-)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이는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것도 한국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는 K방역과 빠른 정책 대응 등으로 다른 선진국에서도 귀감이 될 정도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국민의 평가는 OECD의 진단과 달랐다. 지난주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9%에 그쳤다.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진 것으로 취임 이후 최저치였다. 또 13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미래통합당의 지지도 아래로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 시작된 2016년 10월 이후 199주 만에 처음이다.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한 지지도를 경제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최근 민심이반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 이슈에서 비롯된 것 또한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OECD 등 국제기구가 한국의 경제적인 성과에 극찬하는 가운데 국민들은 오히려 대통령 취임 이후 최악으로 평가한 셈이다.

최근 집값 폭등과 이에 대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취임 초기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부에서는 부동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으나, 정작 집값 폭등이 민심이반의 빌미가 됐다. 오죽하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국면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에 갔던 것을 후회하며, 오히려 그 시간에 강남의 부동산중개업체를 돌아다녔어야 했다는 하소연이 나올까 싶다.

물론 애당초 완벽한 경제정책이란 없다. 당국이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는 사이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도 한국 경제의 목을 옥죄는 수준까지 늘었다. 실제로 전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잔액은 1천637조3천억원으로,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5.2%나 늘었다. 가계소득은 줄어드는 데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책당국이 보고 싶은 숫자만 보면서 한국 경제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사이 한국경제를 좀먹는 종양이 날로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에 주목하느라 도외시한 OECD 보고서만 봐도 마찬가지다. OECD는 경제성장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하면서도 급격한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둔화, 빈부격차 확대 등을 한국이 해결해야 하는 중장기 숙제로 꼽았다.

한국 경제도 바야흐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경제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도 양적인 성과 자체보다는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향후 경제정책 과제도 사회적·경제적 구조개혁을 가속화하고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의 행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데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정책당국자도 재정을 풀고 시중 유동성을 늘려 경제성장률 몇 퍼센트를 더 높이는 것보다, 앞으로는 국민 개개인이 얼마나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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