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이번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는 한국과 관련한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약 사이에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차이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두 후보의 당선 시나리오에 따라 한국에 대한 정책이 어떻게 다를지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직접적으로는 미국이 무역 상대국으로서 한국을 어떻게 다룰지가 중요한 이슈다. 두 후보 모두 불공정 무역 관행을 비판하지만 그 정도에 차이를 보인다. 무역 문제는 환율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원화 가치가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시각이 있음을 고려하면 차기 정부에서 한국의 환율을 문제 삼을 소지는 있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자국 기업에 어떤 정책과 지원을 내놓느냐도 주목할 사안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바마, 자국 산업 보호 우선…무역 갈등은 온건 접근 =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와 달리 지지기반인 노동자층을 고려해 자국 제조업 보호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을 중요시하는 눈치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제조업계가 다각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 진출했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을 받는 한국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역 문제에선 롬니 후보보다 온건한 자세를 보인다. 따라서 한국, 중국 등 신흥국에 직접 칼날을 겨누기보다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제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도 환율에 따른 자국 기업의 피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한국이 원화 절상 압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 롬니, 환율 적극 공세할 듯…기업 지원은 일반적 수준 =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무역 부문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가 당선되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롬니 후보는 무역 문제를 직접 돌파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적 마찰을 의식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길 몇 차례 꺼린 데 반해 롬니 후보는 이를 비판하며 자신이 취임하면 즉각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롬니 후보는 한국에도 비슷한 방식을 적용해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 재무부는 지난해 2월 '세계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외환보유액이 대거 늘어난 데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외환시장의 달라진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이례적으로 보고서에 주석까지 첨부하며 한국의 시장개입 형태를 기술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하원 내 무역실무그룹의 마이크 미쇼 의장이 미국 재무장관과 미 무역대표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면서 재무부와 무역대표부가 한국의 환율조작을 감시하고 대응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에 발표한 '2012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원화가 저평가됐다고 평가하면서 원화 절상을 우회적으로 주문하는 등 한국의 환율개입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지원은 통상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롬니 후보는 자국 산업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보단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내세운다. 법인세를 인하하고 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푸는 일반적 지원이 예상된다. 한국이 주력하는 제조업과 관련, 롬니 후보가 집권할 경우 제조업에 대한 지원이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는 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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