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초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머니마켓펀드(MMF) 펀드에 대한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의 말을 빌려 거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MMF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페드레이티트 허미스, J.P.모건자산운용 등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막기 위해 일부 수수료를 감면해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금리가 급락함에 따라 약 5조 달러 규모의 금융시스템이 새로운 압력에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최근에 나온 시그널이다. 수수료 면제는 비용을 부담하는 자산운용사의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개인과 기업에서 연금과 헤지펀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투자자들은 대기성 자금인 현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MMF를 이용한다. 예컨대 투자자가 중개사에 돈을 입금하면, 그 돈은 투자자가 무엇을 사야 할지 결정할 때까지 MMF에 가입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그 자금만을 단순 보유하는 게 아니다. 자산운용사들은 수익금 중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전하면서 그 돈으로 우량채권을 산다. 이 산업이 성장하면서 MMF는 미국 정부, 기업, 자치단체의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중요한 원천이 됐다.

이제 MMF가 제공하는 이자수입은 금리가 급락함에 따라 사라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단기 기준금리를 0~0.25%로 인하하고 당분간 금리를 0에 가깝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말 연 1.546%였던미국채 3개월물 금리가지난 21일에는 0.0928%였다.

MMF가 수익률이 낮은 증권 등에 자금을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자산운용사의 수익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리서치업체 크레인 데이터에 따르면 MMF의 일주일 평균 순수익률은 지난해 말 1.31%에서 지난 7월 0.05%로 떨어졌다. 전고점인 지난해 4월 7일 수익률 2.11%와 비교하면 쥐꼬리 수준이다.

컨설팅 회사인 펀드평가단(Fund Evaluation Group)의 채권 부문 대표인 키스 베를린은 "머니마켓 펀드의 현실은 더이상 자본수익에 관한 것이 아니다"면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는 돈을 벌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부과하면 투자자들은 원금의 일부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매트리스 밑에 현금을 넣는 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자산운용사들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이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형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피델리티가 대부분의 자금에 대한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블랙록은 올해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에게 자금조달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8월이나 9월에 수수료를 면제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사전에 고지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하기 위해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전가된 모든 비용이 자산운용사가 아닌 중개업자에 의해 흡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자산운용사가지난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떠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베를린은 "고객들이 자산운용사의 더 위험한 투자전략에 더 편하게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누가 더 오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초대형 자산운용사 간에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 인베스트 서비스는 지난 2~6월 미국의 평균 MMF 수수료가 투자금 1만 달러당 약 21센트로 12% 하락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기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면서 펀드 자산의 증가가 수수료율 인하 효과를 상쇄하고 매출을 증가시킨 결과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수익률이 줄어드는 데 따라 자산업계는 이러한 이익의 일부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데보라 커닝햄 페드레이티트 허미스 글로벌 자금시장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수익률 하락이 중소자산운용사를 압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초대형 자산운용사가 지배하고 있는 산업의 집중화를 더 촉진할 것이라는 의미다. 상위 25개 MMF 운용사가 미국 내 자산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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