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한화생명이 금리 레벨과 상관없이 장기채를 매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기채 매수로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화생명은 대출 등 고수익자산 투자도 확대한다.

전문가는 한화생명이 이 같은 바벨 전략으로 듀레이션과 수익률을 관리한다고 진단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지속해서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든 해외든 장기채권은 금리 수준과 관계없이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장기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생명 채권에서 국내 장기채 비중은 지난해 4분기 45%, 올 1분기 48%, 올 2분기 5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장기채 비중은 39%, 38%, 36%를 나타냈다. 국내외 장기채 비중은 84%, 87%, 88%다.

여기에 한화생명은 본드 포워드를 활용해 자산 듀레이션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4일 송고한 '한화생명, 본드 포워드로 자산 듀레이션 확대할 듯' 기사 참고>

한화생명이 금리가 낮아도 장기채를 매수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K-ICS 도입 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 자산 듀레이션은 8.37년이다. 부채 듀레이션은 10.59년이다. 듀레이션갭은 1.43년이다.

올 상반기 기준 자산 듀레이션은 8.99년이다. 부채 듀레이션은 10.17년이다. 듀레이션갭은 0.23년이다.

듀레이션갭이 지난해 말 1.43년에서 올 상반기 0.23년으로 축소됐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RBC 모델에서 듀레이션을 측정했기 때문이다.

IFRS17 등에서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한화생명은 "금리파생상품 시행 목적은 RBC 위험 감소가 아니다"며 "향후 K-ICS와 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채 매수로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할 수 있는데 한화생명은 고수익자산 투자를 확대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화생명은 "대체투자 발굴을 지속할 것"이라며 "단순 일드가 아니라 자본비용을 고려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듀레이션 만기는 짧으나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소매 대출 부분, 특히 약관 대출에 대해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약관대출을 늘릴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올 2분기 기준 한화생명 운용자산은 99조5천720억원이다. 현·예금 6천300억원, 대출채권 23조1천210억원, 채권 43조8천170억원, 주식 2조6천490억원, 해외증권 25조8천830억원, 부동산 3조4천710억원 등이다.

자산별 비중은 각각 0.6%, 23.2%, 44.0%, 2.7%, 26.0%, 3.5% 등이다.

자산별 수익률은 현·예금 0.4%, 대출채권 4.6%, 채권 3.0%, 주식 2.4%, 해외증권 2.6%, 부동산 2.9% 등이다. 총 2.8%다. 대출채권 수익률이 4.6%로 가장 높다.

올 상반기 기준 한화생명 평균 부담금리는 4.47%다. 금리부자산 보유이원은 3.24%, 운용자산이익률은 3.58%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한화생명이 자산부채종합관리를 위해 금리 레벨과 상관없이 장기채를 매수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저금리 기조에서 장기채를 매수하면 금리부자산 보유이원이 낮아져 역마진이 커진다. 이 때문에 한화생명이 대출 등 고수익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같은 바벨 전략으로 한화생명이 듀레이션 관리와 수익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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