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고용과 인플레이션의 연관관계를 정의한 필립스 곡선과의 결별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연준이 다시 필립스 곡선으로 돌아올지 여부는 시간이 알려주겠지만 현재 시장은 연준의 역사적인 변화를 반기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금융인이자 경제언론인인 론 인사나는 27일(현지시간) CNBC에 올린 '연준의 필립스 곡선 포기가 시장에 주는 의미'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연준은 강한 고용시장의 촉진에 매우 집중할 것(Highly Focused)"이라며 완전고용 관련 성명의 변화가 강한 고용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고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론 인사나는 이러한 연준의 인식이 늦은 것이라고 평했다.

임금과 물가는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미국과 전 세계에서 밀접한 관계를 나타냈지만, 더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다.

낮은 실업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역의 관계를 보인다고 주장한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는 1861년부터 1957년까지의 영국 경제를 연구해 그 관계를 입증했다. 미국과 전 세계가 10년 이상 인플레이션을 겪던 1970년대엔 이러한 생각에 더욱더 힘이 실렸다.

하지만 필립스의 연구는 노동조합이 강하며 완전폐쇄 경제시스템에서 두 변수의 관계를 살펴봤다는 한계가 있다. 쉽게 말해 실업률이 하락하면 임금과 물가가 자연스레 오르는 조건이었단 뜻이다.

또한 미국에서 1970년대는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정점이던 시기라 임금인상이 쉬웠고, 금본위제가 폐지돼 달러 가치가 떨어졌다. 두 번의 오일 쇼크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이후 노동조합이 해체되고 경제 세계화가 진행돼 노동력과 재화, 서비스 가격이 저렴해졌고, 기술 혁신으로 많은 재화 가격이 하락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엔 금융위기가 때때로 터져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기도 했다.

1981년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이어온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은 실업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논리다.

문제는 지금이 다시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국가주의가 고개를 들고, 최저임금 요구가 높아지는 시기라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연준은 미 정부 재정적자를 화폐화해 달러 가치를 둘러싼 의문을 키우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증가할 요인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평균 물가 목표제를 채택하며 완전고용에 정책 방점을 찍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용했던 필립스 커브를 부정한 연준이 또다시 커브를 인정하고, 인플레이션을 더욱 경계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그는 "시간만이 답할 수 있는 문제"라며 "언제나 그렇듯 답은 시장이 보내는 메시지에서 찾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시장은 연준의 역사적인 정책변화를 선호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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