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달러화의 대세 약세론이 세계 금융시장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입하려는 평균물가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ing)도 약달러 추세를 강화하는 근거로 받아들여진다. AIT는 물가가 일정 기간 2%를 완만하게 웃도는 것을 허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골드만삭스는 미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지 않는다면 AIT 등이 영향이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게 할 것이라며 달러 약세 강화를 예측했다. 최근 달러의 약세는 미국의 세계 패권이 약해진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2016년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올해 불확실해진 점도 이런 경향을 강화한다. 반면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의 위안화는 최근 달러에 대해 1년 내 최고치를 보였다. 이는 보편적인 약달러 덕분이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라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의 통화·재정정책 여력이 있는 데다 경제성장 기대도 미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올해 2%대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대다. 같은 만기 채권 금리가 미국은 0.7%, 한국은 1.5%에 그친다. 금리만 놓고 본다면 어느 국채를 사고 싶겠는가.







[그래프 설명 : 2016년부터 미국(하늘색), 한국(남색), 중국(노랑과 연두색) 정책금리 추이]



그럼 이제 미국과 달러가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다는 것일까. 뉴욕 증시를 보면 그렇다고 말할 엄두가 안 난다. 기술주가 중심인 나스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올해만 41번째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등 대표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는 결과다. 9월 첫째 주 전 세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0.9% 상향 조정됐는데, 미국이 플러스(+)1.7%로 오른 영향이 컸다. 나머지 지역은 유럽이 +0.2%, 일본이 -3.1%, 아시아가 -0.5%, 남미가 -2.4%로 추산됐다.







[그래프 출처 : 미래에셋대우]



최근 미국 증시와 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 있었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원화로 계산하면 2천360조원이다. 8월 말 국내 증시의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합친 시가총액이 1천903조원이다. 미국에는 애플 외에도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성장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다. 또 구경제를 대표하는 스타벅스, 코카콜라, 나이키 등 미국 소비재 기업의 경쟁력은 어떤가.



그 나라의 통화 가치가 결국 기업과 개인의 국제 경쟁력이 하나하나 융합된 결과라고 본다면 현재 시점에서 누가 미국의 패권이 급격히 쇠락하고 달러가 계속 급락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이를 보면 우리도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야말로 미래 원화 가치의 안정성을 뒷받침할 필수요소라고 볼 수 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의 양극화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국가 간에도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변곡점이 오고 있다. (자본시장.자산운용부장 이종혁)

libert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5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