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불구속기소 돼 다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국정농단과 삼성전자 노조 와해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 이른바 '다스 소송비용 대납' 사건 등의 여러 혐의로 5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아온 삼성이 이 부회장의 추가 기소로 앞으로 4~5년간 다시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1일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래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판단했다.

또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와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를 일삼았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의혹 역시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이 부회장 등에게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아울러 불법 행위가 결과적으로 총수의 사익을 위해 투자자의 이익을 무시했다고 보고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자본시장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한 조직적인 자본시장 질서 교란 행위로서 중대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기소 결정으로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기소 된 이후 3년 6개월여 만에 다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이 부회장은 같은 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수감 생활을 하다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형이 감경돼 석방됐다.

이후 지난해 8월 대법원의 항소심 파기환송 판결로 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다시 재판에 매달리게 되면서 삼성 내부에서는 강한 피로감이 읽힌다.

삼성은 이미 2016년 국정농단 특검을 시작으로 5년째 경영진이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반도체 가격 급락, 미중 무역전쟁 등 대형 '경영악재'가 겹친 가운데 총수에 대한 기소 결정이 나오면서 삼성 내부의 충격은 더 크다.

여러 악재가 첩첩산중으로 닥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지배구조와 사법 리스크까지 다시 덧씌워지면서 임직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적지 않다.

특히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이재용 부회장을 정조준한 점은 지배구조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대법원은 국정농단 항소심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며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현안에 도움을 받기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이 이날 '본류'인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피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국내외에서 경영 보폭을 넓혀 왔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광폭 행보에 버금가는 현장 경영을 통해 경영 현안에 깊숙이 관여하는 대내외 활동을 보여 왔다.

지난 1월 화성사업장에서 DS부문 사장단과 간담회를 시작으로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법인을 방문했고, 2월에는 화성 극자외선(EUV)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찾았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생산라인과 종합기술원 방문(3월), 중국 시안(西安) 반도체공장 방문(5월), 디스플레이·생활가전 사업부 현장경영(6월), 삼성전기 충남 온양 사업장 방문 등 활발히 현장 소통에 나선 바 있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난 데 이어 7월에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다시 만나면서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에서의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2월 삼성그룹의 준법 체계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한 후 5월에는 '대국민 사과'를 직접 하면서 과거 잘못과 단절하는 '뉴 삼성'을 선언했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기소로 이 부회장의 활발한 대내외 행보가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인사 등의 중요한 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실제로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 2월 이후 현재까지 굵직한 M&A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7월과 11월 각각 스타트업 이노틱스와 플런티, 올해 1월 미국 이동통신망 설계 관련 기업인 텔레월드솔루션즈를 인수하긴 했으나, 대형 M&A는 2016년 11월 자동차 전장업체인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했는데도 검찰이 기소한 데 대한 반발도 나온다.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마련한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제도 개설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속 기소는 구속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판결이 빠르게 나오는 편이지만 불구속 기소는 기약이 없다"며 "이미 5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아 온 이 부회장이 불구속 기소로 앞으로 4~5년은 더 재판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수사·재판을 받다 보면 경영 공백이 발생하고 임직원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삼성 내부에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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