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현의 연금투자] 스튜어드십코드 4년, 준비는 마쳤다
[원종현의 연금투자] 스튜어드십코드 4년, 준비는 마쳤다
  • 연합인포맥스
  • 승인 2020.09.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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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난 2016년 12월 제정되었으니, 거의 4년이 되어간다. 국민연금에서 코드를 도입한 것도 만 2년이 지났다. 도입 당시 많은 사람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자본시장의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국민연금이 코드를 도입한 후 2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활동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한쪽은 국민연금이 소극적이고 기업의 눈치를 본다는 것과 다른 한쪽은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 다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에 불만이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코드 도입 후 4년이 지난 지금, 이전에 비해 의결권 행사 내용이 일부 개선되는 효과는 분명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나 소수 주주의 권리가 개선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의 대상, 방식 및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한 지침을 수립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에 대한 비판적 주장에 대응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할 것이라는 당시의 기대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평가는 아시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주가도 다른 국가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기업들의 주주총회에 대한 태도는 오너와 대주주, 이사의 편의가 일반 주주에 우선하는 것도 여전하다.

물론 국민연금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이 실질적으로 주주총회에서 혹은 주주제안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문은 많은 한계를 가진다. 국민연금은 국내 많은 기업의 1, 2대 주주로 자리하고는 있으나, 이사진 중심의 우호지분을 극복하지 못하는 소수 주주에 불과하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내역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어 자유로운 의사판단이 어려운 형편이다. 물론 이는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실질 행동보다 사전적 절차 마련에 많은 공을 들이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국민연금은 코드 도입 이후 수탁자책임에 관한 지침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국내 주식 수탁자 책임활동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었고, 작년 말에는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기준을 마련하는 등 사전절차를 구성하는데 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소수 주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나라 자본시장 전체의 인식 개선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은 비단 국민연금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고 소수 주주의 권익을 강화하며, 올바른 투자를 위한 책무는 모든 기관투자자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코드를 제정할 때 정부는 국민연금에게만 적용시키려는 의도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코드가 도입되기 이전에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주권을 행사할 책무와 권리가 있었으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기업들로 하여금 다수의 주주 혹은 투자자들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약자로 보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사실 그동안 기업에게 기관투자자란 '그저 자금은 조달하되, 기업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높았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를 불편해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

국민연금에게 있어서도 수탁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일관된 수탁자 책임의식 공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2020년 주주총회 실적만 보아도 경영진의 제안 안건에 대해서 자산운용사 중 과반이, 보험사는 대부분이 아무런 반대도 한 바가 없다는 점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한 주체들은 일반 기관투자자들이 아니라, 개인 등 소수 주주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최근 옵티머스나 라임 등 운용기관들의 행태를 보면서 민간기관투자자들에게 바람직한 수탁자 책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이제는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코드 도입의 취지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주주권 행사를 하였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볼 때가 되었다.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활동, 특히 그중에서 주주권의 행사는 기업 및 투자자, 가입자의 이해와 직결되는 사항이다. 수익률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이 주주권 도입의 또 다른 목적인 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경영상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주주책임론과 함께 기관투자자의 경영감시 기능에 부합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코드의 도입 이후 대기업 소속의 기관투자자들의 소속 기업의 주주제안 안건에 대한 반대 비중이 커지고 있는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람직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에서도 사전적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는 대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및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도 하게 될 것이다.

남은 과제는 주주권 행사의 정당성을 보편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실제 주주권을 행사하기 전에 기업 및 투자자 등 관계자에게 주주권 행사의 의미와 지침, 방향 등을 명확하게 인식시킨 후, 공개된 원칙과 지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행사한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정 후 4년간 국민연금은 부여 받은 책무를 남용하지 않기 위해서 사전적이고 객관적인 규정 및 지침을 마련하여 왔다. 국민연금이 코드를 도입한 이후 2년은 이러한 철길을 놓는 과정이었다. 지금까지 놓인 철길을 달리게 되는 기관차는 일반도로를 자유롭게 달리는 자동차와는 달리 병목 없이 일관되지만, 확실하게 달리길 희망한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투자정책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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