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하면서 IPO(기업공개)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가운데 빅히트가 공룡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잠재적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실적 편중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상장을 통해 향후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는 과정에서 공룡 플랫폼과의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빅히트는 코스피 상장을 위해 지난 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콘텐츠 업계에 투자를 계속하면서 플랫폼 업계와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향후 당사의 아티스트 등 원천 IP(지적재산권)가 충분한 팬덤을 지속 보유하지 못하거나 콘텐츠 제작 및 사업화 등에서 충분한 전문성 및 자본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외형 성장 둔화 및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존재한다"고도 했다.

투자자들에게 위험 요소를 알리는 의례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의 영역 확대에 경계심을 표현한 동시에 이들을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 네이버와 카카오의 영토 확장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와의 협업 관계에 대한 필요성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빅히트의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네이버 V라이브의 대항마로 키워낸 사례에서도 감지된다.

위버스는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여자친구 등 빅히트 소속 아이돌의 영상 콘텐츠를 독점 공개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빅히트는 올 초부터위버스를 키우는 데 역량을 쏟아왔다.

특히 빅히트는 지난 6월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을 네이버의 V라이브 플랫폼이 아닌 위버스로 중계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빅히트는 전 세계 75만6천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약 250억원 이상의 티켓 수입을 거두는 등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

다른 기획사들이 네이버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 콘서트를 열 때 빅히트는 자체 플랫폼으로 수익을 고스란히 가져간 셈이지만, 이를 계기로 네이버가 SM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게 되는 등 본격적인 네이버와의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계속해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만, 아직은 두 회사 모두 후발주자로서 정상급 엔터 기획사를 포섭하며 판을 키우고 있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지난달 엑소와 레드벨벳 등 정상급 K팝 아이돌을 거느린 SM엔터테인먼트에 약 1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투자로 SM이 그간 운영해오던 자체 팬클럽 서비스 '리슨'은 네이버 'V라이브' 산하 글로벌 멤버십 커뮤니티 '팬십'으로 이관된다.

K팝 아이돌을 타깃으로 만든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V라이브의 국내외 영향력을 키우려는 심산이다.

이외에도 네이버는 K팝 콘텐츠를 다수 발굴하고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온라인 유료 공연 등을 추진하는 등 SM과의 시너지를 창출하기로 했다.

네이버의 엔터테인먼트사에 대한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1천억원 규모로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네이버는 YG엔터 투자를 통해 음원을 포함한 엔터 콘텐츠를 개발하고 V라이브와 연계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카카오는 2016년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이자 음원 플랫폼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엔터 분야 진출을 알렸다.

이후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카카오M을 출범해 연기자 기획사 7곳, 영화사 2곳, 드라마제작사 3곳, 음악 레이블 4곳, 공연제작사 1곳 등을 거느린 엔터계의 주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M은 엔터 관련 기업들에 대한 인수 및 투자뿐 아니라,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PD, '스토브리그'의 이신화 작가, '진짜 사나이'의 김민종 PD 등 스타급 PD도 대거 영입했다.

그 결과, 카카오M은 이달 1일부터 '카카오TV'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거 쏟아낸다.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웹소설 IP를 활용하거나 자체 스토리를 개발해 스타 배우와 제작자들이 참여한 오리지널 콘텐츠 25개를 연내에 선보이는 게 골자다.

톱 아티스트들의 컴백 무대와 팬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더한 뮤직 라이브쇼 '뮤톡라이브 컴백 쇼' 등 음악 콘텐츠도 공개하고, MBC, SBS 등 방송사와의 협업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기성 엔터테인먼트사들과 연합해 자사의 막강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통하는 방식을, 카카오는 제작사와 기획사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사를 인수해 직접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에까지 나서는 방식을 택했다"며 "초기 시장 접근 방식에는 다소 차이점을 보이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엔터 분야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대 포털기업의 공세적인 움직임으로 머잖아 엔터 시장 구도가 변화에 부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SM, YG, JYP 등 3대 기획사가 산업 대부분을 점유했다면, 이제는 기술력을 앞세운 대형 IT 기업들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새로 합류하면서 업계 경쟁이 다각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IT기업과 확실히 손을 잡은 중대형 기획사가 기존의 3대 기획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IT기업의 자본력이 더해지면 그동안 엔터 업계가 개별 기획사 단위로는 만들어내지 못했던 대규모의 콘텐츠를 국내외에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을 바라보는 영세 매니지먼트사들의 속내는 착잡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와 거대 IT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대부분을 독식하게 되면 중소사와 새로운 플랫폼이 설 자리는 앞으로 더욱 없어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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