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전통 경제학자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팬데믹(대유행)은 야만의 시절일 듯하다. 여태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제로금리와 마이너스금리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자산의 할인율인 금리가 제로 혹은 마이너스가 되면서 모든 경제 현상을 다시 해석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아무렇지도 않게 발권력을 동원해 재정정책을 펼치는 등 자본주의 태동 이후 금기시했던 일들도 일상이 되고 있다.

금값이 온스당 2천달러를 넘어서고 애플, 테슬라 등 신기술로 무장한 주식들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이 온갖 분석을 동원하고 있지만 결국은 할인율이 낮아진 영향이 가장 크다. 자산의 현재가치를 측정할 때 결정적 변수인 금리가 제로 혹은 마이너스가 되면서다. 자산의 미래가치를 현가화하는 분모가 커지지 않거나 작아진다는 의미이니 할인 효과가 거의 없거나 할증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정크본드까지 귀하신 몸이 되는 등 온갖 자산이 다 올랐다. 뉴욕 등 미국의 부동산 가격도 예외가 아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신규주택 판매 건수는 연율 기준으로 13.9%가 늘어난 90만1천건에 달했다. 13년 반 만에 최대치로 급증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의 무풍지대라는 점이 재확인됐다.

거래가 활발해진 영향 등으로 주택 가격도 오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에 따르면 케이스-실러 미국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6월 전년 대비 4.3% 상승했다. 10대 주요 도시 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2.8%, 20대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3.5%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 도심 부동산은 코로나 19의 영향이 없지 않은 듯하다. 일부 매물은 호가를 낮추고 있어서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 등이 일상이 되면서 롱아일랜드 등 뉴욕 외곽지역과 인근 뉴저지주의 집값이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들 지역의 부동산도 초과 수요에 대한 가격 상승분만 반영하면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 자고 나면 몇억원씩 오르는 한국식 부동산 급등세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엄청난 세금 부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현지 부동산 중개사이트인 질로우 등에 따르면 뉴저지에 있는 방 4개 욕실 4개 3천567제곱 피트(약 331㎡)의 주택이 94만9천달러에 매물로 나와 있다. 환율을 달러당 1천200원으로 적용하면 11억4천만원 상당이다. 어지간한 서울 아파트 30평형 값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런 주택의 연간 세금부담은 얼마나 될까. 이 사이트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올해 평가 가액 81만4천600달러를 기준으로 재산세만 1만9천135달러에 이른다. 원화로 1년에 재산세만 2천2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매물과 함께 올라온 뉴욕 센트럴 파크의 전경>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에서도 센트럴파크에 인접한 매물의 경우는 세금부담이 좀 덜한 편이다. 뉴욕의 명소인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방 2개 욕실 두 개의 아파트는 140만달러(약 16억6천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재산세는 연간 기준으로 1만2천300달러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로 1천500만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뉴욕과 뉴저지주 지역 주민들의 평균 소득 수준이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만만찮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주택실수요자들은 모기지 상환 원리금뿐만 아니라 세금 부담 계획까지 현금흐름에 포함해서 주택구매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적 수요가 발붙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금리 수준이 낮아도 세금 등 부대 비용이 일종의 자산가격 할인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의 재산세 평균은 평가가액의 1%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한국도 제로금리의 시대를 맞아 세금부담을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할인요인에 포함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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