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여권과 정부를 중심으로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무르익고 있다. 사실상 2차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4차 추경도 가시화되고 있다.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적인 국고채 발행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에는 여야 모두 4차 추경 편성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한층 심각해진 데다 잇단 태풍으로 풍수해가 겹치며 국가가 빚을 내서라도 어려운 국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한 탓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다른 어떤 국가와 비교해도 건실하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연말 국가채무비율이 40%대 중반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08.9%와 비교하면 낮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도 정부가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국가가 재정을 풀어 만든 유효수요가 투자와 소비로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집행된 재정의 몇 배에 이르는 경제적인 효과를 만든다는 소위 '재정의 승수효과'만 기대하기에는 금융시장 등 주변 환경이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잇단 추경 편성과 적자국채 발행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여건만 보면 적자국채를 더 발행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 국고채 발행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채권금리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의 그림자가 채권시장에서 더욱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한때 연 0.70%대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3년물 지표금리는 연 1.00% 선까지 위협하고 있다. 장기채권인 국고채 10년물 지표금리는 지난 7월 말 연 1.281%에서 이달 2일에는 연 1.539%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한달여만에 25.8bp나 치솟은 셈이다.

부동산 광풍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조치가 사실상 마무리된 게 아니냐는 인식과 함께 국고채 발행물량에 따른 수급부담이 작용한 탓이다. 정부는 4차 추경 편성에 이어 2021년 예산안에서도 내년에 국고채를 172조9천억원 정도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본예산의 130조2천억원과 비교하면 42조원이나 많다.

문제는 국고채가 각종 조달금리의 기준이란 점에서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나 가계의 조달금리나 이자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다. 회사채는 물론 은행의 대출금리 등도 국고채 금리에 연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기업과 가계를 돕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소비·투자를 위축시키는 이른바 '재정의 구축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국고채 수급부담으로 단기금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장기금리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적자국채를 통해 재정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재정당국도 난처해졌다. 또 경제성장률보다 국고채 조달금리가 높아질 경우 이자 부담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서울채권시장의 분위기 변화나 단기간에 높아진 국가채무비율 등이 자칫 국제신용평가사의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눈높이 조절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6월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아직 심각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재정적인 악화는 신용등급에 하방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자체가 강등되지 않더라도, 등급 전망이 강등되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에게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단기간에 높아진 국가채무비율 등을 고려해 증세와 같은 중장기적인 세입 방안도 고민하고 국고채 물량증가에 대한 달라진 채권시장의 시선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때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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