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해상풍력발전 설비업체 씨에스윈드의 주가가 연기금의 든든한 뒤바람에 힘입어 고속으로 달리고 있다.

하반기 들어 연기금이 부지런히 주식을 담으면서 씨에스윈드의 주가가 두 달 사이 두 배 넘게 뛰어오른 것이다.

3일 연합인포맥스의 투자자별 매매상위종목 화면(화면번호 3330번)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전날까지 연기금이 순매수한 상위 200개 종목 중 씨에스윈드는 상승률 132.14%로 2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연기금은 씨에스윈드의 주식을 20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연기금의 순매수액 규모 중에선 19위다.

주요 기관 투자군 중 씨에스윈드를 순매수 상위 종목에 둔 곳은 연기금이 유일하다. 사실상 연기금이 주도적으로 밀어 올린 주가로 봐도 무방한 셈이다.

씨에스윈드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 정책의 수혜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린뉴딜 정책은 정부가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 등에 대규모 예산과 기금을 편성해 투자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다.

그린뉴딜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내년에 1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과 기금을 전기자동차 보급과 충전기반시설 구축, 청정대기산업 클러스터 형성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의 첫 단계로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며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규모를 현재의 124.5MW에서 12GW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씨에스윈드는 글로벌 1위 풍력 타워(기둥) 제조업체로 이 같은 정부 정책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중용하면서 해상 풍력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도 연기금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진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5년 이내에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만 44.6GW의 해상 풍력 설비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이 15.7GW, 일본이 10GW, 베트남이 6.9GW, 우리나라가 12GW 등이다. 계획이 확정된 아시아 지역의 해상풍력 타워 시장의 잠재 규모만 약 5조원을 상회한다.

유진증권의 한병화 연구원은 "씨에스윈드는 베트남과 대만에 해상풍력 타워공장이 있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생기는 수요는 대부분 씨에스윈드가 수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이 씨에스윈드를 적극적으로 매입했지만 넓게 보면 그린뉴딜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풍력발전 관련주를 전반적으로 사들이는 흐름"이라며 "최근 연기금이 투자 시 ESG(환경·사회·기업구조)를 강조하는 한편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춘다는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기금은 또 다른 풍력 발전 관련주인 두산중공업도 하반기 들어 591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기간 두산중공업의 주가 상승률은 246.43%로 연기금 순매수 상위 종목 중 1위다.

두산중공업은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2025년까지 매출 1조원 이상의 사업 부문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5조6천597억원이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였던 연기금이 비중을 다시 늘리고 있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ESG 관련주에 대해 연기금은 긍정적인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최근 대규모로 출자한 펀드가 코스닥 상장 풍력발전업체인 유니슨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그린뉴딜 행보를 보였다.

유니슨은 지난달 21일 주식회사 아네모이가 기존 최대 주주였던 도시바의 지분 13.9%를 198억원에 모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아네모이는 삼천리자산운용이 조성한 신재생에너지 사모펀드(PEF)인 '비티에스제1호사모투자합작회사'가 지난달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국민연금은 여기에 1천400억원을 출자해 7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펀드를 통해 유니슨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셈이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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