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부동산 정보업체에 경쟁사인 카카오에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등 부동산정보업체(CP)와 계약을 하면서 자사에 제공한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네이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3천200만원을 부과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제재는 지난해 11월 공정위 내 정보통신기술(ICT) 특별전담팀이 신설된 뒤 나온 첫 제재다.

대형 ICT 기업과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과 그에 따른 불공정행위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첫 타깃이 된 셈이다.



◇ 업계 1위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 독점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는 2015년 2월 네이버와 제휴한 CP 8개 중 7개가 자사와 매물 정보를 전달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하고 제휴를 추진했다.

당시 네이버는 매물건수, 트래픽 등 모든 기준에서 업계 1위였기에 CP가 소비자에게 매물 정보를 더 많이 알리려면 네이버와의 제휴가 필수적이었다.

네이버는 전체 매물건수 기준 40% 이상, 순방문자수(UV), 페이지뷰(PV) 기준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네이버는 당초 CP처럼 공인중개사로부터 매물을 수집해 포털에 노출시켜 CP와 경쟁관계였다.

네이버 부동산으로 매물광고가 몰려 CP들이 경영난을 겪자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갔고, 네이버는 2013년 동의의결을 진행하면서 상생지원 방안의 하나로 CP로부터 매물을 간접적으로 제공받는 방식으로 사업모델을 바꿨다.

CP가 네이버에 매물을 제공하게 됨으로써 네이버와 CP가 수직적 관계인지 경쟁 관계인지 다툼이 있었으나 공정위는 네이버와 CP가 제휴관계이면서도 경쟁관계라며 같은 시장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 네이버 시스템 거쳤다고 사용 못하는 것은 부당

네이버는 카카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확인매물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재계약 때 삽입하겠다고 CP에게 통보했다.

네이버는 부동산매물검증센터를 통해 허위매물 여부 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 정보라며 제삼자 제공을 막았다.

확인매물 서비스는 네이버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위탁해 만든 부동산매물검증센터에서 허위매물을 검증하는 서비스로, 네이버는 자사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주장한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확인매물 시스템을 거친 매물이 전체 매물의 70% 정도 되는데 네이버의 조치는 이 정보를 혼자 사용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사업자는 비슷한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CP들은 네이버와의 계약 유지를 위해 카카오에 제휴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네이버는 제삼자 제공 금지 조항을 삽입한 데 이어 2016년 5월에는 실효성을 담보하고자 CP가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하도록 명시적 벌칙 조항도 추가했다.

카카오는 2017년 초에 다른 CP에 비해 네이버와 매물 제휴 비중이 낮은 부동산114와 업무 제휴를 다시 시도했으나 네이버가 확인매물정보뿐 아니라 부동산매물검증센터에 검증을 의뢰한 모든 매물에 대해 3개월간 제삼자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개월이라고 시한을 정했지만 시의성이 중요한 부동산 매물의 특성상 업계에서는 1개월이 지나면 정보 가치가 상당히 떨어진다고 본다.

부동산114는 이런 이유로 매물정보의 제삼자 제공 금지 조항이 불공정하다며 조항 삭제를 요청했으나 네이버는 부동산114를 압박해 카카오와의 매물 제휴를 포기하게 하고 의뢰 매물까지 제삼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카카오는 그 결과 CP와의 제휴로 매물을 수집할 수 없게 되면서 매물량과 매출이 급감했고 2018년 4월 이후에는 부동산 서비스를 주식회사 직방에 위탁해 운영하는 등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반면 네이버는 카카오의 위축으로 시장지배력이 더 강화됐고 결과적으로 최종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었다.

 

 

 

 

 

 

 

 





네이버의 행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중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를 규율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와 불공정거래행위 중 구속조건부거래행위를 명시한 동법 제23조 제1항 제5호가 적용됐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로 부동산 매물정보 유통채널이 다양화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라며 독과점 플랫폼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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