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했음에도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이사를 선임해 달라고 요청하고,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오는 9일 임시 주총을 열겠다는 주주소집통지서를 지난달 말 발송했다.

주총에서는 발행 주식 수를 종전 1억주에서 1억5천만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건과 신규 이사 및 감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신규 이사는 제주항공 측이 추천하는 인사를 선임하겠다는 게 이스타항공의 입장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미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못했고, 항공 업황 악화 등 불확실성이 너무 커 이스타홀딩스와 맺은 이스타항공 인수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지난 7월 23일 선언한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이 추천하는 인사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겠다며 주총을 열겠다고 하는 것은 계약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신호인 셈이다.

이스타항공은 주식매매 계약서상의 선행조건을 완료했고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측은 7월에 이미 이달 9일 열리는 임시 주총 계획을 잡아뒀고,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 선언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주총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미지급금 해소는 선행 조건이 아니고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의 선행 조건을 완료했으며, 임시 주총 개최도 인수 계약 이행의 차원에서 계속해서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의 이러한 행보는 인수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계약 무산을 둘러싼 소송 등 법정공방 등에서 명분을 확보하려는 차원인 셈이다.

다만,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선언했고, 이사와 감사를 추천할 계획 자체가 없기 때문에 9일 열리는 주총은 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스타항공은 임시주총 개최를 통해 계약을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인수 무산의 책임이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스타항공에 있다면서 계약금 115억원과 대여금 100억원 등 총 225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며,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을 상대로 주식 매매계약 이행 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이러한 상황과는 별개로 주관사를 선정하고서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딜로이트안진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으며, 사모펀드와 주요 기업들에 투자의향서를 발송했다.

이스타항공은 투자자 유치와 함께 법정관리를 통한 부채 정리 작업도 병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전체 1천100여명의 직원 중 640여명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 중 정리해고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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