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을 들여온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이 미국에서 대규모 수주로 결실을 이루고 있다.

미국에서 5G 투자가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른 데다, 각국이 통신장비 업계 글로벌 1위인 중국 업체 화웨이(華爲) 배제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수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이자 이동통신 매출 기준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66억4천만달러(약 7조9천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했다고 공시했다.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버라이즌에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5년간 공급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전략적인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버라이즌의 고객들에게 향상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5G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수주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 육성 의지가 결실을 본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180조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와 더불어 5G를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지정하고 3년간 25조원을 투자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지난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경기도 수원사업장 5G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하면서 통신장비 사업 육성에 힘을 실었다.

미국과 아시아, 유럽 등의 글로벌 ICT업계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마케팅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아부다비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아랍에미리트(UAE) 공군 부총사령관을 만났고, 같은 3월에는 인도 서부 뭄바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고 갑부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의 아들 결혼식에 직접 참석했다.

또 같은 해 5월에는 일본 도쿄를 찾아 양대 통신사인 NTT도코모, KDDI와 5G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5G 통신장비 수주가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버라이즌과 AT&T 등 미국 통신사업자들은 주파수를 확보한 후 5G 투자에 나선다.

이번 삼성전자의 수주 역시 미국 통신사업자들이 지난달 경매를 통해 미국의 군사용 주파수인 3.5GHz를 5G망에 사용할 수 있도록 확보한 이후 이뤄졌다.

오는 12월에도 3.7GHz 주파수 경매가 예정된 데 따라 통신사업자들의 해당 주파수 확보 이후 5G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미국 통신사업자들의 5G 투자는 올해 4분기부터 본궤도에 올라 3.7GHz 주파수 경매가 완료되는 내년부터는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기간은 올해부터 3~4년, 투자 규모는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5G 투자 규모인 60조원의 10배 이상인 600조~7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 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데 따라 미국 통신사업자들이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에 수주를 나눠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이번 수주는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5G 투자 확대와 각국의 화웨이 선정 배제로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 수주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외에도 지난해 12월 캐나다 비디오트론, 올해 2월 미국 US셀룰러, 3월 뉴질랜드 스파크, 6월 캐나다 텔러스로부터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이 중 텔러스는 기존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100% 사용하고 있었으나, 이번에 다른 캐나다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했다.

향후에는 특히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대 통신장비 시장 중 한 곳인 인도가 5G 투자 시 화웨이, ZTE, 텐센트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해외 5G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해 왔다.

2G, 3G가 서비스되던 때 대세 표준에 맞춘 장비를 개발하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세계 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고자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5G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GSMA가 운영하는 글로벌 이동통신 리서치 사이트 GSMA 인텔리전스의 '더 모바일 이코노미 2020'에 따르면 세계 이동통신사들은 2020∼2025년 모바일에 11조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며, 이 중 80%를 5G 네트워크에 투자한다.

이승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를 시작으로 국내 통신장비 업체의 미국향 5G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5G 투자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국내 통신장비 업체의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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