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지난 3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 주도로 결성된 '다함께코리아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가 출범 후 5개월 넘게 지나도록 단 한 푼도 사용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황에 놓였다.

그 사이 한국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증안펀드 자금이 투입될 필요가 없어진 만큼 관계 당국은 모집액을 출자자에 환매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마저 잠정 보류되는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회는 지난달 말 증안펀드 자금 조성액 1조원을 출자사에 환매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잡았지만 결국 무기한 연기했다.

증안펀드 환매 비율이나 시점은 투자관리위원회가 결정하는데 관련 회의는 지금껏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코스피가 지난 8월 올해 신고점을 경신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자 펀드 자금 환매를 두고 검토에 들어간 것인데 코로나19가 2차 확산에 들어가면서 다시 회의가 취소된 것이다.

증안펀드 사무국을 맡은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8월 초 출자기관들을 대상으로 환매와 관련해 의견을 수렴했고 환매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증안펀드 사무국 관계자는 "현재 환매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투자관리위원회 회의는 다시 잡히지 않았다"며 "출자금 환매 방식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증안펀드의 주간운용사로 모(母)펀드를 맡은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투자관리위원회가 환매를 놓고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증안펀드 청산에 대해선 전혀 논의되지 않았고 환매 비율과 일정 등이 안건"이라고 말했다.

증안펀드는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난 3월 처음으로 조성됐다. 정부 주도로 KB·신한·우리·하나·농협금융그룹 등 5대 금융그룹과 한국산업은행, 17개 금융기관 등이 참여했으며 총 목표액은 10조7천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1차 납입분은 3조원으로 설정됐고 현재 1조2천억원이 실납입된 상태다. 투자대상을 확정하고 실제 투자를 집행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캐피털 콜' 방식인 만큼 1차로 10% 정도의 액수가 펀드에 모인 것이다.

하지만 3월 중순부터 코스피가 급반등하자 증안펀드는 갈 곳을 잃었고 유명무실한 대기 자금이 됐다. 해당 자금은 현재 한투운용이 마찬가지로 주간운용사를 맡은 민간연기금투자풀이 관리하고 있다.

한투운용은 "현재 증안펀드 자금은 거의 예금성 자산에 넣어두고 있다"며 "하위 운용사에 자금을 배분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한투운용은 증안펀드 하위운용사로 26곳을 선정했다.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회는 상황에 따라 환매 시기와 규모를 조정하되 청산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3차·4차 확산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지난주 미국 증시가 하루 5% 넘게 급락하는 등 불안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향후 증안펀드가 환매된다면 출자사별 출자 비율에 따라 환매하되 완전 청산되지 않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안펀드 출자사 관계자는 "환매하지 않겠다는 기관이 나올 수도 있지만 환매한다면 모든 출자기관이 출자 비율에 따라 일정액을 돌려받는 모양새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안펀드는 총 목표액 중 산업은행이 2조원을 맡았으며 KB·우리·하나·신한금융그룹이 각각 1조원씩 4조원을, 농협금융그룹은 7천억원 담당했다. 5대 금융그룹이 4조7천억원을 출자한다.

금융투자업권에선 미래에셋대우 5천400억원, 한국투자증권 4천억원, 삼성증권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각각 3천250억원과 2천350억원으로 1조5천억원을 조성했다.

생명보험업권에서는 삼성생명이 4천400억원을 맡았다. 한화생명 1천850억원, 교보생명 1천650억원, 미래에셋생명 600억원 등을 조성해 총 8천500억원을 마련한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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