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 충격, 단기적 신용등급 변경요인으로 단정 짓기 어려워"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가 지난 2월 한국 국가채무비율에 대해 내놨던 경고 수준에서 한발 물러났다.

피치는 아울러 한국이 단기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할 재정적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의 제레미 주크 아시아 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7일 오후 화상으로 진행된 피치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의) 재정 부문의 영향이 단기적으로 신용등급을 변경하는 요인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증가할 경우 중기적으로 신용등급에 하방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난 2월 경고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피치는 지난 2월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각각 'AA-',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이같이 경고한 바 있다.

이 와중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국가채무비율이 46.7%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피치가 경고하는 수준이 2년이나 앞당겨지게 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지난 4일과 5일 진행했던 피치 연례협의에서 부정적 코멘트가 나올까 우려했다.

그러나 주크 아시아 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피치 연례협의 이후 진행된 7일 콘퍼런스에서 46%라는 숫자는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지기 전에 나온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피치가 신용평가를 하는 시각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콘퍼런스에서 한국이 단기적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할만한 재정 여력이 있다고도 평가했다.

주크 이사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비슷한 신용등급의 국가들과 비교하면 보통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재정 부문의 영향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신용등급을 변경시키는 요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스티븐 슈바르츠 아태지역 국가신용등급 총괄도 "한국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비율이 지난 몇 년간 동종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한국 정부 당국이 그 여력을 사용해 올해 세 차례의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면서 "한국이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썼으나 동종 국가와 비교하면 보통(modest)인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재정적자, 국가채무비율 등과 같은 공공 재정 상황이 향후 2~3년간 동종 국가들의 중간값을 따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피치는 한국 정부 당국이 중기적으로 재정정책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서는 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크 이사는 "한국의 고령화 사회 등 기타 인구학적 압박이 공공 재정에 중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신용등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재정 여력이 있다는 점, 또 피치가 중기적으로는 한국 정부 당국이 향후 어떻게 재정정책을 운용할지 주시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w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7시 3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