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이윤구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배터리 동맹'이 가시화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공급받는 관계를 넘어서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축으로 삼아 배터리와 모빌리티 생태계를 보다 확장하기 위한 협력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은 8일 리스·렌털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와 배터리 관리 서비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 관련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양사의 이번 협력은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지난 7월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만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후 두달여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양사의 이번 협력은 특히 SK이노베이션의 5R(리페어·렌털·리차지·리유즈·리사이클링) 플랫폼인 BaaS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의 회동에서도 BaaS와 관련된 협력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BaaS는 배터리 수리와 임대, 충전, 재사용 및 재활용을 포괄하는 서비스 모델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렌털, 리스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자동차 회사는 배터리를 자동차 가격에 모두 반영하는 대신 렌털이나 리스 방식으로 제공하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배터리 업체는 수리에서부터 임대, 충전, 재사용, 재활용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배터리를 재수집해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해 생태계에도 일조할 수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서도 양사는 더는 사용되기 어려운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정치(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 재사용과 차량 배터리로부터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금속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의 부가가치와 친환경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사용 후 배터리에서 회수된 리튬이 NCM811 등과 같이 하이 니켈 양극재 제조에 직접 활용될 수 있도록,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우선 추출 후 NCM 금속을 추출하는 독자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양사는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먼저 기아차 '니로 EV'에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을 수거해 검증하는 실증 협력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 6월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과 폐배터리 재활용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기아차는 전기차의 폐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에 제공하고, SK이노베이션은 기아차와 공동으로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위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서는 방식이다.

이같은 협력 관계는 배터리 공급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기존의 모빌리티·배터리 기업 간 협력과는 달리, 배터리 생애 주기를 고려한 선순환적 활용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향후 모빌리티·배터리 업계에 보다 다양한 협업 체계가 확산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양사의 협력 관계가 배터리를 넘어 전기·수소차 충전과 관련된 영역이나 현대차그룹이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개인용 비행체(PAV) 또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에 들어갈 배터리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의 회동에서도 SK주유소·충전소를 활용한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 확충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삼성SDI와 함께 국내 3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이며, 현대·기아차의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인 현대차 'NE'와 기아차 'CV'에 장착되는 배터리를 올해 4분기부터 양산해서 내년부터 공급한다.

현대차에 내년부터 5년간 납품할 E-GMP 1차 물량만 10조원에 달한다.

현대차가 지난 7월 스위스로 수출한 수소전기트럭에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연료전지가 동력이지만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구동에 쓰일 보조 전력원으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사용됐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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