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매입 등 채권시장의 수급 불확실성 요인들이 하나씩 해소되고 있지만 시장 심리는 여전히 취약성을 나타내고 있다.

1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시장참가자들은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한 움직임과 한국판 뉴딜에 따른 자금 이동 효과 등을 남은 불안 요인으로 보면서 장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변칙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평균물가목표제(AIT)를 채택해 완화스탠스를 강화했음에도 미국의 국채 금리 레벨은 이전보다 한 단계 높아졌고, 금리 변동폭도 커졌다.

주식시장에서도 기술주의 가파른 조정이 나타나 막대한 유동성이 일방적으로 주식과 채권의 동시 강세를 이끌던 흐름이 사라졌다. 이를 두고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의 방향을 고용 확대에 맞추겠다'고 밝힌 것은 6월 이후 연준의 유동성 확대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한 반성과 방향 전환"이라며 "주가 하락이 더 이어진다고 해도 연준은 우량 자산으로 모두 빠져나갈 기존의 유동성 확대 정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의 혼란은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일 외국인은 국채 선물 시장에서 3년 선물을 900계약, 10년 선물을 4천894계약 순매도했다.

한은이 5조 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했음에도 외국인이 이탈하자 채권시장에는 허탈해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한은 단순매입 영향이 이 정도에 그치다니 믿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약세 재료로 한국판 뉴딜 추진에 따른 채권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판 뉴딜 계획에서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조성하는 '정책형 뉴딜펀드'는 평균 35%까지의 손실을 정부 측에서 먼저 흡수한다. 원금 보장의 성격이 매우 강한 셈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또 "투자자를 모집하려면 국고채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리스크를 제거하고 수익률도 나온다면 채권 자금이 빠져나갈 개연성이 높다"며 "명확한 패턴은 없지만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더 강화되면서 증시로의 자금 쏠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일에는 예상치 못한 개인 투자자까지 등장해 채권시장의 강세를 제약하기도 했다. 전일 개인은 3년 선물을 1만5천183계약 순매도해 외국인과 함께 시장 강세를 제약했다.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개인은 그동안 매수를 많이 했었는데 이번 거래는 조금이라도 시장이 강세일 때 청산하고 나오려는 성격으로 보인다"며 "다만 개인의 영향력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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