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지난 9일 아침. 지난 7일과 8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전제로 딜(Deal) 로드쇼까지 마친 기획재정부는 고민이 많았다. 테슬라와 애플 등 주요 기술주가 무너지면서 나스닥이 4.11%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리스크-오프(Risk-off)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외평채가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특히,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활용하면서 관련 이슈도 있는 상황이었다.

자칫 외평채 발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간 높아진 우리나라의 신뢰도를 깎아 먹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기재부는 딜 로드쇼에서 만난 주요 투자자의 신뢰를 판단으로 정면 돌파하기로 한다. 다행히 예상은 적중했다.

기재부는 달러화 외평채는 미국 국고채 10년물에 90bp 수준을 더한 금리를 제시했다. 유로화는 미드 스와프 5년물에 60bp를 더해서 내놨다.

수요는 어마어마했다. 유로화 외평채에는 60억유로, 원화로 8조4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달러화 외평채에는 54억달러(6조4천억원)의 뭉칫돈이 쏟아졌다.

예상을 넘어서는 흥행몰이에 기재부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수요가 풍부한 만큼 최초에 제시한 가산금리를 어느 정도로 낮출지 주관사와 협의에 들어갔다.

기재부는 결국 유로화 외평채는 가산금리를 35bp로 확정했다. 25bp 떨어뜨린 것이다. 투자자 이탈을 우려했지만 결국 55억유로에 달하는 자금은 한국 외평채를 사겠다고 움직이지 않았다.

달러화 외평채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제시했던 금리보다 가산금리 수준을 40bp 내렸지만 36억달러 규모의 자금은 그대로 남았다.

기재부는 이와 같은 수요를 바탕으로 6억2천500만달러, 7억유로의 외평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발행금리는 각각 연 1.198%, 마이너스(-) 0.059%로 역대 최저였다.

시장에서는 유로화 외평채에 특히 주목한다.

유럽지역의 투자자는 보수적이어서 아시아채권에 대해 크게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기재부는 딜 로드쇼에서 폴란드 등 여러 동유럽 국가보다 한국이 못 할 것이 없다면서 신용도 그 자체를 봐달라고 설득했다.

그 결과 비(非)) 유럽국가 유로화 외평채 가운데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여전히 투자자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준다. 투자자 이탈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기재부의 '베팅'이 성공한 셈이다.

달러화 외평채 가산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지난 2009년 439bp였던 가산금리는 2013년 115bp, 2014년 55bp, 2018년 60bp, 2019년 55bp 등으로 내림세를 탔다. 결국 이번에는 50bp까지 떨어졌다. 절대금리가 1%대로 떨어진 것은 물론 가산금리도 동반 하락한 셈이다.

주현준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은 10일 "한국계 외화채권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외평채가 역대 최저금리로 발행된 만큼, 앞으로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채권 발행금리 하락, 해외차입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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