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은의 국채매입 가이던스와 시그널링
[데스크 칼럼] 한은의 국채매입 가이던스와 시그널링
  • 한창헌 기자
  • 승인 2020.09.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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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이 연내 5조원 안팎의 국고채를 사들인다. 매번 그래왔듯 단순 매입 방식이지만, 말처럼 단순하진 않다. 단발성 매입이 아닌 연간 가이던스를 시장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한은의 약점으로 인식됐던 정책 시그널링(명확한 신호)이 모처럼 빛을 발한 순간으로도 평가된다. 국채시장 불안정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시그널링을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이라 금융시장 전반의 심리 안정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우리 금융시장의 뒷배인 것은 맞지만, 이렇게 존재감을 확 드러내는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했다. 매번 1조5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시장 평가는 박했다. 단발성 매입이라 약발도 단기에 그쳤다. 한은은 국고채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언제든 개입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시장의 니즈를 충족하긴 역부족이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단순 매입 스케줄 등 가이던스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번에 한은이 제대로 응답을 한 셈이다. 물론 4차 추가경정예산 긴급 편성 등에 따른 채권시장 붕괴를 우려한 깜짝 처방이기도 하다.

4차 추경에 다른 국채 발행 규모만 7조원을 웃돌 것이란 점에서 연내 5조원 안팎의 단순 매입 규모는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이던스와 시그널링이 조합된 한은의 이번 결정은 시장의 안정감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당국 정책에서 가이던스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우량 상장 기업들이 실적 가이던스를 제공하며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과 다르지 않다. 투명하지 못한 기업, 시장과 소통을 못 하는 기업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한은을 비롯한 정책 당국도 효율적인 가이던스 제공을 통해 시장과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 정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다.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밀주의 등 모호한 스탠스가 시장 개입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일 때도 있다. 깜짝 처방이 시장의 역동성을 키우기도 한다. 다만, 그 효과는 일시적일 공산이 크다. 정책 불확실성 확대로 오히려 시장의 불안정 상태는 장기화할 수 있다.

시장과 소통을 활발히 하면서 시그널링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져오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의 사례에서도 검증이 됐다. 우리는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녹록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가이던스와 시그널링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는 매파적으로 평가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성장률 전망이 안 좋을 것이라 비둘기파적인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봤으나 이 기대는 무산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고, 국채 매입에 대해서도 다분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비전통 수단 등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고는 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에게 충분히 와닿지 않았다.

금통위에 대한 실망은 채권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대량 매도까지 가세하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4차 추경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8월 금통위 때 '국채매입을 위한 가이던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수준의 메시지가 직·간접으로 전달됐다면 시장 상황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한은 등 정책 당국이 주는 신호는 일관돼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국이 좀 더 일관되고 신뢰성 있는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면, 경제주체와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 불안정이 완화하고 정책의 유효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약간 늦은 감은 있지만, 한은이 이번에 국채 매입 관련 가이던스를 제공하고 시그널링을 강화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통화정책 전반의 집행 과정에서도 이런 스탠스가 발현될 것이라 기대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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