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낮추고 자본잠식 해소 '첫 과제'

영구채 출자전환·대주주 완전 감자·구조조정 순으로 진행될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11일 노딜 선언으로 최종 무산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아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가게 되고, 산업은행이 매각 무산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플랜B'에 따라 구조조정과 계열사 매각 등을 진행하는 경영 정상화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후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 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 지원 방안을 결정한다.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이 참석한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무산 후 대응책, 이른바 '플랜B'를 보고할 예정이다.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회의 이후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 해지 통보가 공식적으로 이뤄지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곧바로 회의를 열어 올해 말까지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2조원 지원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정부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따른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딜 선언부터 지원안 마련까지 반나절 만에 원스톱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기안기금 2조원 투입을 시작으로 경영 정상화 방안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기안기금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아시아나항공의 급한 불을 끄고, 구체적인 자구안 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아시아나는 2010년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고,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2014년 자율협약을 졸업한 바 있다.

기안기금 투입과 동시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지원한 영구채 8천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아시아나항공 일시 국유화할 계획이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이 이뤄지면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1대 주주(지분율 37%)가 된다.

출자전환과 경영권 확보, 대주주 감자는 산업은행의 전형적인 기업 구조조정 방식이다.

현재 채권단은 주주 감자 비율을 놓고 논의 중이다.

채권단 내에서는 아시아나항공 1대 주주인 금호산업의 지분(30.77%)에 대한 완전감자 또는 100대 1 감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아시아나항공에 채권단이 대거 자금을 지원할 경우 기존 대주주의 책임을 묻기 위해 감자 요구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10년 자율협약 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대주주 주식을 100대 1, 소액주주 주식은 3대 1의 비율로 차등감자를 진행했다. 금호산업도 대주주는 100대 1, 일반 주주는 4.5대 1의 감자 비율이 적용됐다.

아시아나항공의 6월 말 기준 결손금(누적손실)은 1조4천832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잠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등 주주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감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면 채권단이 투입하는 신규 자금은 오롯이 경영 정상화에 쓰일 수 있다.

이후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기간산업기금 지원 조건 중 하나가 계열사 지원 금지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를 분리 매각함으로써 몸집을 가볍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이 경우 향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원매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 매각으로 마련한 현금으로 기존 부채를 갚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항공업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어 저비용항공사(LCC) 매각이 당장 어려운 만큼 아시아나IDT 매각을 우선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인력 구조조정과 경영진 교체 등 조직 슬림화 작업도 이뤄질 예정이다.

기안기금 지원받으면 6개월간 근로자의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해 단기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있지만, 체질 개선을 위해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원 감축이 예상된다.

다만, 산은의 계획대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수 있고, 금호산업과 감자 비율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데다, 경제 환경이 더욱 악화할 경우 새주인 찾기가 힘들어져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실패부터 계약금 반환 소송까지 대우조선해양 사례와 판박이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예상보다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가 길어질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는 걸 산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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