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개발·더블유게임즈, 사실상 카지노 사업체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기준을 국내 주식 전반까지 확대하며 책임투자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카지노 관련주의 지분을 늘리고 있어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라다이스나 강원랜드 같은 정통 카지노 사업체의 지분은 유지하고 있지만 롯데관광개발이나 더블유게임즈 등 '신흥 카지노주'는 하반기 들어 지분을 10% 이상으로 늘린 것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주식 및 국내채권에 대해 평가체계를 구축하는 용역을 발주했다. 국민연금의 ESG 평가모형을 점검하고 신규 평가항목 및 지표를 검토하는 한편 평가체계를 제언하는 사업이다.

국민연금은 기존에 ESG 평가를 강화한 '책임투자형' 국내주식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책임투자형은 술·담배·도박 등 이른바 '죄악주'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펀드다. 이 펀드에 우선 적용할 신규 벤치마크는 지난 6월부터 이미 산출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번 발주는 국내 주식 위탁운용과 직접운용, 채권운용 등으로 ESG 평가를 어떻게 확대할지 연구하는 작업이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에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 방안에서 책임투자 대상 자산군을 확대하고 적용 방식을 강화하는 한편 ESG 평가 결과에 따라 투자배제(네거티브 스크리닝)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카지노株 집중 투자

문제는 책임투자 평가요소를 국내 주식 전반으로 넓힌다는 계획이 지난해 말 이미 나왔음에도 올해 하반기에 카지노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의 지분을 대거 늘렸다는 점이다.

연합인포맥스의 보고자별 대량 보유 종목 화면(화면번호 3421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하반기 들어 롯데관광개발과 더블유게임즈의 지분을 10% 이상으로 확대했다.

롯데관광의 경우 지난해 10월 지분율 5.29%를 공시하며 처음으로 지분 대량보유 보고(일명 5%룰) 대상이 된 이후 지난 7월 지분율을 10.02%까지 대폭 늘렸다. 더블유게임즈의 경우도 지난 4월에는 지분율이 4.93%였으나 지난 7월 10.12%까지 확대했다.

롯데관광은 현재 카지노 사업에 회사의 운명을 건 상태다. 코로나19로 여행 사업은 휴업인 상황에서 복합리조트 제주 롯데 드림타워에 사활을 걸었다. 준공을 앞둔 드림타워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들어선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전국 19개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이번 주 국민연금을 대상으로 롯데관광의 지분을 줄이라고 촉구하는 한편 투자와 관련해 공개 질의에 나섰다.

참여자치연대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연금 보험료를 도박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해야 한다"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연대는 ▲국민연금이 강조하는 '책임투자'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입장 ▲롯데관광에 지속해서 투자하는 이유 ▲드림타워 카지노의 심각한 사회적 영향에 분석했는지 여부 ▲투자 철회 검토 의향 등을 질의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 종목에 대한 공식 입장은 따로 없다"며 "최근 롯데관광이 코스피200에 편입됐는데 그에 따라 패시브 자금이 유입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SG 강화와 모순" 의견

더블유게임즈도 사실상 카지노 사업체로 분류할 수 있다. 자회사인 더블다운인터액티브(DDI)는 미국에 본사를 둔 소셜 카지노 게임회사로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SK증권의 이진만 연구원은 "더블유게임즈 연결 순이익에서 DDI가 차지하는 비중은 50.5%에 달한다"며 "DDI가 나스닥에 상장하면 더블유게임즈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더블유게임즈는 지난 2017년 DDI를 9천425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더블유게임즈의 시가총액이 1조3천68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자회사가 모회사 덩치에 맞먹는 셈이다.

DDI는 소셜카지노게임 '더블다운카지노'를 개발 및 서비스하는 회사로 더블유게임즈가 지분 57.3%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DDI 자체에도 투자로 연관돼 있다. 더블유게임즈가 DDI를 인수할 당시 인수자금의 46%는 국내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스틱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1호의 자금 1천500억원이 들어갔다. 이 펀드의 앵커 출자자(LP)가 2천500억원을 들인 국민연금이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롯데관광이나 더블유게임즈 모두 수익성 카지노 사업의 장래 수익성은 밝은 만큼 투자 관점에선 국민연금의 판단이 일리가 있다"면서도 "ESG 기준 강화를 내세우는 것과는 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기금 업계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강원랜드나 GKL 등 전통 카지노 관련주는 지분율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ESG 기준을 국내 주식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이미 나온 상태에서 롯데관광이나 더블유게임즈 지분을 늘리는 것은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주요 카지노 사업체 지분율은 현재 강원랜드가 6.04%, GKL은 11.89%, 파라다이스는 4.00%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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