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임하람 기자 = 서울외환시장의 외환딜러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9월 통화정책회의가 유로화에 확실한 모멘텀을 주지 못했다면서, 원화도 박스권을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CB가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와 자산매입 정책 등을 모두 동결하고, 최근 유로화 강세에 대해서는 지켜보고 있다는 발언 등에 그치면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ECB는 간밤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는 0.0%,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ECB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규모도 1조3천500억 유로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부분은 최근 유로화 강세에 대한 ECB의 진단 및 개입 가능성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목표 환율 수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가격 안정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러나, 총재의 발언은 구두 개입 수준에서 그친 것으로 풀이됐다. 또 주요 외신은 ECB 위원들이 최근 유로화 강세에 대해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ECB 통화정책회의 후 유로화 강세, 달러 약세 베팅을 강화했으나, 유로화 환율에 강한 추진력을 주지는 못했다.

전일 유로-달러 환율은 1.19달러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보합권인 1.18달러대로 내려섰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유로화가 강한 추진력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도 최근의 1,180원 레인지를 탈피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거의 한달 동안 달러-원 환율이 1,180원 '슈퍼 레인지'에 갇혀 있고, 수급도 레인지를 공고화하는 가운데 유로화와 달러화 흐름이 박스권을 깰 만큼의 동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A 은행의 외환딜러는 "유로-달러가 1.2달러 선은 상향 돌파해야 달러-원 환율도 추가 하락 모멘텀이 생길 텐데, 그전까지는 1,180~1,200원 레인지 안에 갇힐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유로가 강세로 가면, 원화도 달러 약세를 반영하기는 하겠지만 결제 수급이 워낙 탄탄해서 1,180원 아래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B 은행의 외환딜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특별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금리 결정 후 유로화가 올랐으나 다시 아시아 종가 수준으로 내려온 상황이고, 결과적으로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결국 환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ECB 통화정책회의가 미지근한 반응을 낳은 만큼 향후 외환시장은 미국 증시 조정, 경제 지표 등에 따른 금융시장 리스크 온·오프 분위기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C 은행의 외환딜러는 "ECB 통화정책회의 자체는 환율을 상, 하방으로 크게 움직일 재료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 증시 조정과 고용 지표 약화 부진에 달러-원 환율은 리스크 오프 분위기를 반영하며 살짝 오를 수 있지만, 레인지 등락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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