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가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와 자산매입 정책 등을 모두 동결하고, 최근 유로화 강세에 대해서는 지켜보고 있다는 발언 등에 그치면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ECB는 간밤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는 0.0%,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ECB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규모도 1조3천500억 유로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부분은 최근 유로화 강세에 대한 ECB의 진단 및 개입 가능성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목표 환율 수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가격 안정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러나, 총재의 발언은 구두 개입 수준에서 그친 것으로 풀이됐다. 또 주요 외신은 ECB 위원들이 최근 유로화 강세에 대해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ECB 통화정책회의 후 유로화 강세, 달러 약세 베팅을 강화했으나, 유로화 환율에 강한 추진력을 주지는 못했다.
전일 유로-달러 환율은 1.19달러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보합권인 1.18달러대로 내려섰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유로화가 강한 추진력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도 최근의 1,180원 레인지를 탈피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거의 한달 동안 달러-원 환율이 1,180원 '슈퍼 레인지'에 갇혀 있고, 수급도 레인지를 공고화하는 가운데 유로화와 달러화 흐름이 박스권을 깰 만큼의 동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A 은행의 외환딜러는 "유로-달러가 1.2달러 선은 상향 돌파해야 달러-원 환율도 추가 하락 모멘텀이 생길 텐데, 그전까지는 1,180~1,200원 레인지 안에 갇힐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유로가 강세로 가면, 원화도 달러 약세를 반영하기는 하겠지만 결제 수급이 워낙 탄탄해서 1,180원 아래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B 은행의 외환딜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특별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금리 결정 후 유로화가 올랐으나 다시 아시아 종가 수준으로 내려온 상황이고, 결과적으로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결국 환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ECB 통화정책회의가 미지근한 반응을 낳은 만큼 향후 외환시장은 미국 증시 조정, 경제 지표 등에 따른 금융시장 리스크 온·오프 분위기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C 은행의 외환딜러는 "ECB 통화정책회의 자체는 환율을 상, 하방으로 크게 움직일 재료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 증시 조정과 고용 지표 약화 부진에 달러-원 환율은 리스크 오프 분위기를 반영하며 살짝 오를 수 있지만, 레인지 등락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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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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