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시중은행들의 현금 유동성 지표가 하락하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주요시중은행들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일제히 100% 아래로 떨어졌다.

LCR은 30일간의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유동성 수요를 충당할 수 있도록 은행이 처분 제한 없이 현금화가 가능한 고유동성자산을 충분한 수준으로 보유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국민·신한·우리은행의 LCR는 이미 지난해 말보다 각각 9.3%포인트(P), 11.2%P, 9.4%P 떨어진 96.5%, 94.9%, 97.8%로 집계되며 100%를 밑돌았다. 하나은행은 3.7%P 내린 103.4%였다.

이 수치는 7~8월에 걸쳐 추가로 하락했다. 7월 말 기준으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94.67%와 94.8%까지 떨어졌다. 8월 말 잠정치 기준으로는 신한은행이 91.52%까지 내려가고 하나은행마저 97.61%로 떨어졌다.





시중은행들의 LCR이 급락한 이유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줬을 뿐만 아니라 대출수요가 급증한 점이 꼽힌다.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더해 부동산 매입과 공모주 청약 자금 수요가 늘면서 지난달에는 신용대출과 가계대출 증가 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948조2천억원으로 7월보다 11조7천억원 증가했는데, 한국은행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큰 증가세다. 신용대출도 전 금융권에서 6조2천억원이 확대됐다.

그 결과 은행권은 LCR 관리를 위해 7월 들어 은행채 발행 규모를 16조700억원으로 늘렸다. 금융감독당국이 올해 9월까지만 LCR 규제를 100% 이상에서 85% 이상으로 낮춰줬기 때문이다. 6월까지만 해도 은행채를 10조2천억원 발행하며 직전 달에 발행한 규모인 20조3천500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였었다.

이후 당국이 LCR 규제 완화를 내년 3월까지 추가 연장해주기로 하면서 수급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5대 금융지주사들이 한국판 뉴딜 정책에 향후 5년간 약 70조원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은행채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당장 은행채 발행을 늘리진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LCR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로는 원리금 상환 유예의 영향도 크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환유예된 원리금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LCR도 평상시 수준으로 올라올 것"이라며 "채권을 조기 발행하면 비용이 드는데 LCR이 6개월 연장됐으니 당장 비용을 들어가면서까지 은행채를 발행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은행채 발행시장이 어려운 상황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관련한 금융통화위원회가 앞으로 두 번이나 더 남아있고, 전반적으로 뉴딜 펀드 등 채권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며 "발행자 입장에서 지금 당장은 유리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뉴딜정책 지원만으로는 올해 당장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아직 뉴딜펀드 집행시기와 해당 자금이 어디에 쓰일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뚜렷하게 언제 어디에 투자할지 정해져야 채권 발행을 통해 돈을 확보할 명분이 생긴다"며 "특히 장기자금이 필요한 뉴딜펀드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이사회 의결이 거쳐야하는 채권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행 근거가 있어야한다"고 언급했다.

증안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자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은행들이 시장상황을 지켜보려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한국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증안펀드 자금이 투입될 필요가 없어진만큼 이 돈을 금융사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얘기도 있다"며 "그 돈으로 뉴딜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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