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저축은행들이 올해 중금리대출 규모를 급격히 늘려 수익 확대를 꾀하려는 모습이다.

14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자산 상위 7개 대형저축은행은 개인신용대출 중에서 중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6.4%포인트(P) 상승했다.

SBI저축은행은 연 16% 이하 중·저금리를 적용한 개인신용대출 비중이 전체 59%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26.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32.8%P 급증했다.

유진·웰컴·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중금리 대출 비중이 각각 52.5%, 36.7%, 46.5%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P, 17.2%P, 15.1%P 뛰었다.

한국투자·JT친애·OK저축은행도 중금리대출이 각각 13.9%P, 7.2%P, 6.4%P 증가한 63.1%, 55.6%, 15.9%를 차지했다.

주요 대형저축은행들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중금리대출 증가에 힘입어 실적이 선방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 당기순이익은 이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전년보다 14.5% 늘어난 6천84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금리대출 위주로 총자산이 늘어 저축은행 중 처음으로 총자산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7% 늘어난 1천335억원이었다.

지난 2017년 말 기준으로 업계 10위권 수준이던 페퍼저축은행도 중금리대출 위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제치고 자산순위 3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4대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 비중을 줄여나가면서 저축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는데 용이한 환경이 됐다.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은 시중은행 입장에선 부담이지만, 주고객이 중·저신용자인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내년 대출총량 규제에 중금리대출이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올해 저축은행들이 중금리대출 규모를 늘리는 데 특히 집중한 이유다.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5~7%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여기서 평균금리 16% 이하, 최고금리 19.5% 미만 신용대출인 중금리대출은 총량규제 비율 측정 때 제외한다. 저축은행들에 중금리대출은 이자를 적게 받는 대신 대출규모를 키워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5월 무렵 당국이 햇살론·사잇돌2대출 등 정책금융상품과 중금리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4.5%, 이를 모두 포함한 가계대출은 9%로 목표 증가율을 제시했다는 내용이 업계에 나오면서, 중금리대출이 총량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당국이 코로나19 영향 장기화로 2금융권 대출 총량규제를 사실상 보류했다고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내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대비에 나서는 중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규제는 1년 전 취급액 대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중금리대출이 총량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내년에 확대할 수 있는 대출규모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며 "혹시 모를 내년 규제를 대비하려면 올해 중금리대출 규모를 빠르게 늘릴 필요가 있어 중점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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