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엔화·주가 안정 중시…엔高 나타나면 추가 완화 요구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 총리 후임으로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차기 총리가 어떤 경제 정책을 펼지 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14일 오후 2시 도쿄도 소재 호텔에서 중·참의원 양원 총회를 열어 차기 총재 선거를 한다. 총재로 당선된 인물이 16일 차기 총리로 선출될 전망이다.

시장 일부에서는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보다 금융정책을 중시하는 자세가 약하기 때문에 일본은행이 서서히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주간 경제전문지 닛케이베리타스는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당시 아베 총리가 '대담한 금융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스가 장관의 자세가 다소 수수해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스가 장관이 환율·주가 등 시장 안정을 매우 중시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스가 장관이 금융·통화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시장 혼란시 재무성과 금융청, 일본은행 간부가 모여 논의하는 '국제 금융자본시장 관련 정보 교환회의'가 2016년 봄에 시작된 것도 스가 장관의 의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스가 장관의 기존 발언을 보면 일본은행의 역할에 거는 기대를 엿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스가 장관은 2차 아베 정권 출범 이전과 현재를 비교하며 엔화 환율과 주가가 개선됐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아베노믹스를 책임지고 지속해 더욱더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닛케이베리타스는 스가 장관의 발언을 보면 물가보다 환율, 주가, 고용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가 뻔한 상황에서 아베노믹스의 성과로 지목되는 엔화 환율과 주가 안정, 고용 회복 유지를 위해 금융완화 정책이 해야 할 역할이 크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고용 확대를 중시하며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초과하는 것을 당분간 용인하는 새로운 정책을 내놨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차원에서 제로금리 정책을 장기화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 안정과 기업 자금확보 지원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 현행 금융완화 정책을 연장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닛케이베리타스는 분석했다.

이어 매체는 '스가 정권' 하에서 단순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떤 이유로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정부가 추가 완화를 일본은행에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스가 장관이 재무성과 금융청, 일본은행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효과적인 코로나19 대응을 더욱 촉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스가 장관은 정부 부처간 칸막이로 인한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재무성은 재정 및 환율정책을, 금융청은 금융행정을, 일본은행은 금융정책을 맡고 있지만 이 세 곳이 따로 움직이면 정책 효과는 한정된다. 스가 장관은 이들 기관의 협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재정지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채 발행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본은행의 적극적인 국채 매입이 중요하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6년 9월 금융정책의 축을 자금 공급에서 금리 제어로 전환하면서 국채 매입액을 줄여왔다. 하지만 향후 장기국채 발행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발맞춰 일본은행에 거는 기대도 강해지리라고 매체는 예상했다.

또 니혼게이자이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을 넘을 경우(달러-엔 환율 100엔 하회) 현행 -0.1% 수준인 마이너스 금리폭을 더욱 확대는 방향으로 대응을 요구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닛케이베리타스는 스가 장관이 2% 물가 목표 조기 달성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고 해서 금융완화가 정상화되기 쉽다고 판단하는 것은 경솔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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