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미래 관계 설정을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양측이 새로운 관계 설정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가능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영국 연방 내 4개국을 단일 시장으로 묶는 국내시장법안(The internal market bill)을 발의하자 국제법 위반 논란까지 불거지며 EU와의 갈등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 하원 통과 문턱에 선 내부시장법안

1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정부가 발의한 국내시장법을 제2 독회 표결에서 찬성 340표, 반대 263표로 승인했다.

영국 하원은 법안 심사를 세 단계에 걸쳐 진행하며 이날 투표는 두 번째에 해당했다.

영국은 올해 1월 EU를 탈퇴했으며 현재 EU와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합의안을 연말까지 도출해야 한다.

영국 정부가 국내시장법안을 들고나온 것은 양측이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채 이른바 노딜 상태에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영국 연방 내 4개국 간의 무역 붕괴를 막기 위한 의도에서 시작했다.

이 법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그리고 북아일랜드 간의 규제가 포괄되도록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영국연방(UK)이 EU를 탈퇴한 뒤에는 식품안전과 공기 질 등에 대해 독자적인 규제를 설정할 권한을 갖게 된다.



◇ EU 잔류하는 북아일랜드에 영국법 적용…국제법 위반 논란

비록 하원 통과 문턱에 섰지만, 전망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전직 총리를 비롯해 보수당 내 주요 인사들도 이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법이 비판을 받는 주요 이유는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EU와 영국 정부가 합의한 브렉시트 협약의 일부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퇴 협약(withdrawal agreement)이라고 불리는 이 협약은 국제적 조약이자 법적인 효력을 갖는 협약이다.

브렉시트 탈퇴 협약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는 영국연방의 EU 탈퇴 이후에도 EU의 규제를 따른다. 이는 영국연방에 속한 북아일랜드와 EU에 속한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에 물리적 장벽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국내시장법은 영국과 EU가 노딜 브렉시트로 결별하게 되면 영국 장관들에게 브렉시트 협약이 북아일랜드에 부여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국제법 위반 논란이 나오게 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영국 연방의 통합성이 붕괴하는 것을 방지하고 보호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옹호했다.

하지만 영국연방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 법안은 논란이 있다.

의회에 제출된 법안은 영국연방 내 어느 한 나라의 기준을 충족하는 상품은 다른 나라가 받아들이도록 강제하고 있어 식품 안전에 대한 기준 등이 가장 낮은 기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는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브렉시트 일정 출처: BBC>



현재 영국과 EU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식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시장법안이 이미 시한이 촉박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주 "국제법 위반은 용납할 수 없으며 우리가 형성하려는 미래 관계에 신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존슨 영국 총리가 다음 달 15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협상을 철회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협상은 더욱 꼬이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영국은 유럽에, 유럽은 영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서로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

BBC는 국내시장법안의 법률 확정 여부가 어떻게 되든 존슨 총리의 국내외적 위상에는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하원의 2차 독회를 통과했지만, 영국 상원 등 다음 단계에서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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