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사태 여진 잠재운 리더십 재평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회계사 시험과 행정고시를 동시에 합격했다. '숫자에 강한' 전략가로 평가받는 이유다.

최근 국내 금융지주 회장에게 금기시돼온 재연임 도전을 '싱겁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보여준 숫자들 덕이다. 1955년생인 윤 회장은 광주상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외환은행에서 금융인의 첫발을 뗀 그는 은행 밖에서의 시간도 꽤 길게 보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성균관대, 동아건설, 인천항만공사, 그리고 삼일회계법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에서 연구원으로, 교수로, 부대표로 숫자를 만졌다.

국민은행 재무담당 부행장이었던 윤 회장은 8년 뒤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다. 4년 뒤 은행장 겸 회장에 오르기 전까지 매일 그룹의 숫자를 들여다봤다.

윤 회장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7년, KB금융은 9년만에 리딩금융을 탈환했다. 신한금융지주와의 반복돼온 경쟁의 역사는 그룹의 숫자를 담당해온 그에게 적잖은 부담이었다.

리딩금융 왕좌를 둘러싼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실적을 대할 때면 윤 회장은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임원들에게 자주 전한다. 경쟁을 위한 숫자보단 내실을 챙기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윤 회장은 임기 내 국내외 시장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 6건을 성사시켰다.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을 시작으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 그리고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과 캄보디아 프라삭이 대표적이다.

최근 칼라일그룹과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 2천400억원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숫자에 기반한 전략에 능해 선후배들은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하다)'라고 칭한다.

윤 회장이 세 번째 임기를 마치면 KB금융지주 사상 9년을 이끈 첫 회장이 된다.

과거 'KB사태'로 이야기되는 권력다툼 직후 조직을 이끌게 된 윤 회장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여진을 단시간내 잠재웠다.

그는 임기 내내 '원 펌, 원 케이비(One Firm, One KB)'를 이야기하며 조직 내 파벌 갈등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인사에 있어서도 능력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해왔다.

재연임에 성공한 그의 세 번째 임기는 오는 11월 21일부터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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