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미국인 생활 형편 나아졌는데 행복하지 않은 이유
<뉴욕은 지금> 미국인 생활 형편 나아졌는데 행복하지 않은 이유
  • 승인 2020.09.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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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까. 인류가 이성을 가지면서 끊임없이 해온 질문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확률일 뿐이다. 무오류의 명제는 아닌 듯싶다.

특히 미국인의 최근 삶을 지표로 되돌아보면 돈이 행복감을 뒷받침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미국인의 지난해 소득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빈곤율도 떨어졌지만, 미국인의 행복지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영향이 결정적이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아니라도 미국의 양극화가 더는 방치하기 힘들 정도로 심화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시카고 대학의 부설기관인 NORC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한 데 따르면 미국인은 50년 만에 가장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다.

응답자의 14%만 매우 행복하다고 답해 2018년의 31%에 비해 17%포인트나 감소했다. 시카코대학 NORC는 지난 20년 동안은 10명중 3명이 매우 행복하다고 답했다면서 자신이 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평가한 비율도 1972년 처음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미국인의 고립감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인 50%가 지난 4주 동안 가끔 고립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2018년에는 23%만 고립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녀가 자신의 나이가 됐을 때 삶의 질이 자기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42%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57%가 같은 의견을 보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갤럽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미국인이 국가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도 사상 최저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갤럽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2%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답했고 21%가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갤럽은 2001년 같은 조사를 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갤럽은 해당 조사를 조지 플로이드 피살사건으로 전국적인 시위가 촉발된 기간인 5월 28일부터 6월 4일까지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국인의 행복감과 자긍심은 낮아졌지만, 지표로만 보면 생활 형편은 나아졌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10년간 지속한 경기 확장기 마지막 해였던 2019년 미국 가계 중위소득은 6만8천700달러로, 전년보다 6.8%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다.

빈곤율도 10.5%로, 직전 해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5년 연속 감소한 결과 빈곤율을 추적한 195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19가 지난 2월 미국을 침체로 빠뜨리기 전 경기 확장세 속에서5년 동안 미국 가계 소득은 계속 늘어났다.

인플레이션 조정 기준으로 지난해 미국 가계 평균 소득은 196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인종별로도 백인과 흑인, 아시아, 히스패닉 가구의 실질 중위소득이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다.지난해 최하위 5분위 소득은 9% 늘어나, 다른 가구의 평균 소득보다 더 큰 폭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표만 보면 더할 나위가 없다.

생활형편은 나아졌는데 미국인들은 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할까.

코로나 19에 따른 충격이 이런 괴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시카고대학 등은 코로나 19에 따른 충격이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앗아갔다고 풀이했다. 미국은 코로나 19에 따른 사망자가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팬데믹의 중심지로 전락했다. 여기에다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인의 자긍심이 낮아진 이유다.

하지만 정작 미국인 삶의 질이 낮아진 진짜 배경은 양극화에서 찾아야 할 듯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체인구의 12%인 4천만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1천850만명은 절대빈곤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아동의 17.5%에 해당하는 1천300만명의 어린이들이 가난을 경험하고 있다.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인 상대적 빈곤층 비중은 OECD 국가 가운데 최악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아동 가운데 20%는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도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안전망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탓이다. 핀란드는 이 비중이 3.6%에 불과하다.

미국은 주거복지가 터무니없이 약한 탓에 가계의 빈곤율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3만달러 이하 소득의 미국인 대다수가 절반 이상의 소득을 주거비용에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음식료비,교통비, 헬스케어에 지출할 여유가 없는 게 당연하다. <2019년10월21일자 본보 '월가 긴장시킨 워런과 가난한 미국' 기사 참조>

전문가들은 소득 양극화의 '핵심 추동요인((driving force)'으로 치솟는 주거비용을 꼽았다. 주거비용이 치솟으면 빈곤층의 집중화를 초래하고 사회적 신분상승을 위한 사다리도 그만큼 약해진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19의 중심지로 전락한 미국의 GDP대비 의료비 지출 비중 16.9%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OECD 평균은 8.8% 수준이고 한국은 8.1%에 불과하다. GDP대비 한국의 두배를 의료비를 지출하고도 제대로 된 의료전달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미국의 민낯이 드러난 결과가 시카고 대학 등의 설문조사에 반영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언론들은 미국의 사례 등을 들어 지난 40여년간 맹위를 떨쳐왔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으로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를 구원할 것처럼 되뇌었던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답할 차례다. (배수연 특파원)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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