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이어 시중은행도 "해외서 유동성 확보하자"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면서 시중은행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란 악조건에서 성공한 유례없는 국채 발행이 민간금융회사의 자금 조달에도 숨통을 틔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시중은행들도 해외채권 발행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번 외평채 흥행 효과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주 총 14억5천만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사상 최저금리로 발행했다.

유로화로 발행된 7억유로 규모의 5년물 금리는 마이너스(-) 0.059%를 기록했다. 유로미드스왑금리에 붙은 가산금리는 35bp에 불과했다. 비유럽 국가 중 유로화표시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달러화로 발행된 10년물(6억2천500만달러)에 책정된 금리는 1.198%였다. 미국 국채금리에 50bp가 가산됐다. 최근 3년간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에 60bp 안팎의 가산금리가 적용됐음을 고려하며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해외 시장에서 투자수요가 몰린 게 주효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연간 최대 발행 한도 15억달러에 육박하게 발행 규모를 확대했다. 최초 가이던스 금리보다 조건이 하향 조정된 이후에도 주문은 이어졌다.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 발행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대외 건전성에 대한 신뢰를 해외 투자자가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의 외평채 발행이 성공하자 금융권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수출입은행이 가장 빨랐다. 지난 15일 발행한 5억 유로 규모의 3년물의 발행금리는 -0.118%로 한국계 기관이 기록한 최저 금리가 됐다. 가산금리 역시 35bp에 불과했다. 10년물(5억달러) 발행금리는 1.316%로 가산금리는 65bp 수준이었다. 이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수출입은행은 외평채 신규물을 벤치마크로 활용한 덕에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수은채 금리보다 15bp가량 가산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

선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시중은행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일제히 100%를 하회했다. LCR은 은행이 위기 상황을 버텨낼 수 있는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우리나라가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를 찍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지금 글로벌본드를 발행한다면 확실히 외평채 특수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은행들이 해외채권 발행을 검토하는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

간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0.686%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 2%를 웃돌던 금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크게 낮아졌다.

다른 금융지주 임원은 "올해 들어 미국채 움직임을 고려하면 발행 시기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설사 지금이 아니라도 외평채 선례가 나온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물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덕분에 발행 주체는 조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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