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한 사실에 놀라"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를 2023년까지 오랜 기간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가이던스가 상당히 "강력한(powerful)"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주가는 대체로 하락했고, 달러는 유로에 올랐으며,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통상 완화정책을 강하게 시사할 때와는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애론 수석 시장 전략가는 16일(현지시간) CNBC에 "파월은 훌륭하고 강력한 오즈(마법사)였다. 투자자들은 속았다"라고 평가했다.

애론은 "투자자들은 강화된 포워드 가이던스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커튼 뒤를 보게 됐을 때 연준이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시장은 굴러떨어졌다"고 말했다.

연준은 금리에 변화를 주지 않았으며, 채권 매입 프로그램도 손대지 않았다. 장기 국채 매입과 관련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으며, 수익률 곡선 제어 정책과 관련해서도 침묵했다.

냇얼라이언스증권의 앤드류 브레너는 배런스에 연준이 현재로서는 하려고 계획한 모든 것을 끝낸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연준이 그렇게 비둘기파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깨닫고 상승분을 모두 되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할 일을 다 끝냈다는 것은 더는 내줄 추가 부양책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파월 연준 의장이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러한 평가와 일맥상통한다.

시장은 연준이 오랫동안 시장을 떠받쳐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시장의 이 같은 기대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금융 안정성을 방어하는 데 통화정책이 최전선에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멜론의 빈센트 라인하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참가자들이 정책 당국자들보다 더 앞서 있지 않도록 하고, 그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일찍 더 높은 금리를 예상하지 않도록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날 파월의 발언은 시장이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너무 앞서가지 않도록 완화적 기조를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 기간(some time)" 2%를 "완만히(moderately)" 웃도는 수준을 용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셸 메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이제부터 까다로워지기 시작한 부문은 시장이 완만하다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일정 기간은 얼마만큼의 시간인지를 좀 더 알기를 원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연준이 앞으로도 일정기간과 완만한 수준에 대해 구체적인 힌트를 주지 않을 경우 시장은 계속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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