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 마감을 앞두고 국내 면세 사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천억원대 '쩐의 전쟁'을 벌여왔던 이전 분위기와는 달리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발을 빼야 할지 들여놔야 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오는 22일 제1터미널(T1) 출국장 면세점 운영 사업권 재입찰을 실시해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다.

입찰 대상은 DF2(향수·화장품), DF3(주류·담배), DF4(주류·담배), DF6(패션·기타) 대기업 사업권 4개와 DF8(전품목)·DF9(전품목) 중소·중견기업 사업권 2개 등 6개 사업권 33개 매장이다.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던 DF7(패션·기타)은 지난 3월 입찰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돌아갔다.

지난 2월 사상 첫 유찰로 충격을 받은 인천공항은 이번 재입찰에서 최대 10년의 사업 보장, 각 사업권의 최저 입찰가격(임대료) 30% 인하, 내년 말까지 임대료의 매출 연동 등 완화된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규모가 가장 큰 DF2 구역의 임대료는 기존 1천161억원에서 813억원까지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DF3~6도 100억~200억원가량 임대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측은 코로나19에 따른 업황을 고려해 지난 입찰 때보다 많은 부분을 양보한 만큼 대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또다시 유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입찰 마감일을 지난 15일에서 22일로 일주일 미뤘다.

업계는 완화된 운영 조건으로 일시적인 부담을 덜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지고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는 게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과 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하는 것은 당장의 어려움만을 고려한 소극적인 행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적자를 보고 인력 조정과 해외사업 철수까지 하는 상황에서 과연 수천억원을 투자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를 놓고 견해차가 크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고, 업황이 5년 뒤에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3월부터 6월까지 방한 외국인은 9만7천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8% 감소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면세 빅3의 상반기 영업적자는 2천500억원에 이른다.

7월부터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1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개월째 인천공항을 제외한 김포, 김해, 제주 등 지방의 공항 국제선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유통기한이 있는 화장품·식품 등 문제 재고는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인천공항이 입찰 문턱을 낮췄지만, 여전히 사업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롯데·신라 등이 진출해 있는 해외공항들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면세사업자들에게 임대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또 인천공항 측이 여객수요가 지난해의 80%까지 회복하는 즉시 최소보장금을 포함한 이전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면세점들은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이번 입찰에 실패할 시 인천공항 T1에서 매장을 모두 철수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대기업 면세점 모두 자리를 지키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고려해 손익 계산을 하며 신중히 응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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