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기업들이 만기 1년 이상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용등급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CP 금리가 내리면서 자금 조달비용 부담이 다소 완화했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710)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현재까지 발행된 장기 CP는 10개 기업 총 1조5천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삼성중공업이 2년 만기 1천억원의 CP를 찍는 데 그쳤고, 올 상반기에는 5곳이 1천600억원의 장기 CP를 발행했었다.

CP는 공모 회사채와 비교해 발행 절차가 간소하고 신용등급 평가 부담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른 업황 악화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CP 만기도 늘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A급' 기업이나 우량등급 가운데서도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곳들이 대부분 장기 CP 발행을 택했다.

호텔롯데는 하반기 들어 CP 시장에서 총 6천억원을 조달했고, 이달에만 1천억원 규모로 3년짜리 CP를 찍었다.

지난 상반기 1조원을 회사채로 조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호텔롯데 신용도는 'AA' 우량 등급이지만 지난 4월 등급전망에 '부정적검토' 꼬리표가 달렸다.

같은 신용등급인 롯데쇼핑도 지난 6월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롯데쇼핑은 3년만기로 2천억원의 CP를 발행했다.

롯데렌탈('AA-')은 앞서 지난해 10월 하향 조정된 '부정적' 등급전망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3천억원의 회사채를 찍은 롯데렌탈은 두 달 뒤 CP 시장을 찾아 3년만기로 1천억원을 조달했다.

'A급' 이하 기업들 가운데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A')와 코리아세븐('A+'), 한라('BBB') 등이 장기 CP를 발행했다.

아워홈처럼 회사채 발행 없이 CP로만 자금을 조달한 곳도 있었다.

CP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며 발행 문턱이 다소 낮은 사모채와 비교해서도 이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CD 91일물 금리는 하반기 들어 16bp 내렸고, 이와 연동된 CP 91물 금리도 같은 기간 31bp 떨어졌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336)에 따르면 전일 기준 'A1' 등급 CP 1년물 민평금리는 1.08%, 2년물은 1.19%였다.

CP 등급 'A1'인 호텔롯데가 올해 초 2년만기로 찍은 1천억원 사모채 발행금리 1.46%보다 낮은 수준이다.

유동성지원기구(SPV) 등이 출범했지만 여전히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미매각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평가된다.

지난 7월 한진('BBB+')과 AJ네트웍스('BBB+'), HDC현대산업개발('A+'), 현대일렉트릭('A-)이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겼었다.

SPV 가동이 본격화한 뒤인 이달에도 대우건설('A-')과 두산('BBB') 등 회사채에 미달이 났고, 산업은행이 일부 물량을 인수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이달엔 대량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어 공급 부담이 커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회사채 차환을 목적으로 CP가 발행된다면 신용스프레드 확대를 일부 제한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전망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 조달 니즈가 고조된 가운데 만기 1년 이상의 CP 발행이 확대됐다"며 "회사채 신용등급 하향에도 CP 등급은 유지됨에 따라 조달금리가 낮은 CP 발행 선호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전반적으로 스프레드가 개선되고 있지만 우량물 위주였다"며 "회사채 대신 CP를 발행하면 신용스프레드 확대를 막는 효과가 있기는 하겠지만 선발행도 많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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