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은행권이 국채 보유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정부의 차입이 급증하는 시기에 은행권이 국채 보유량을 확대함으로써 채권시장에 상당한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매체는 예금 급증과 대출 감소가 은행권의 국채 보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자료에 따르면 미국 상업은행의 국채·정부채 보유량(모기지 채권 제외)은 지난 2월 이후 2천500억달러(약 290조원)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 부양책과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개인과 기업의 경계심 고조로 예금이 크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권의 총예금은 2월말 이후 2조달러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다 은행들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으로 대출을 꺼리고 있으며, 이는 국채와 같은 자산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WSJ은 미국 정부가 지난 2월 이후 이렇다 할 금리 급등 없이 2조달러 이상의 채권을 발행한 데는 은행과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주체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8일 0.694%로, 작년말 1.909%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1년~5년 만기 물량을 주로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채는 변동성이 큰 데다 단기채는 연방준비제도 예치금 금리보다 적게나마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카바나 미국 금리 헤드는 "은행권의 국채 쌓기는 정부의 적자(재정지출) 자금 마련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현금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MMF로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이들 자금의 대부분은 국채와 정부채에만 투자하는 정부 MMF(government MMF)로 흘러 들어갔다. 더 광범위한 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프라임 MMF도 국채 보유량을 늘렸다.

WSJ은 이 두가지 타입의 MMF가 지난 2월 이후 국채 보유량을 1조3천억달러(1천511조원) 늘렸다고 전했다.

냇웨스트의 블레이크 그윈 단기채 전략 헤드는 재무부의 발행 확대에도 MMF의 수요 덕에 단기채 금리가 좁은 범위에서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WSJ은 채권시장에서 은행과 MMF의 역할이 중요해진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국채 투자 여력이 떨어지게 되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은행의 대출은 경기 호전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투자자들도 큰 시장 충격(변동)을 지나고 나면 MMF에서 돈을 빼는 경향을 보인다. 후자의 경우 최근 반복되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카바나 헤드는 "(향후) MMF에서 지속적인 자금 유출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예금잔고도 (급증 후) 횡보세를 보인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이는 국채 금리 상승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번 주 미국 정부는 1천550억달러 규모의 새 국채를 입찰에 부친다. WSJ은 최근과 같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이어질지 주목되며, 트레이더들은 22~23일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하원 증언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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