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골프와 같은 가격에 팔리는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ID3. BMW3 시리즈와 같은 가격의 테슬라 모델 3. 파리에서 두 명이 괜찮은 저녁을 먹는 정도의 비용으로 월 대여료를 부담하는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시기가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럭셔리 차량에서는 이미 전기차가 내연기관 가격 수준에 도달했으며 저렴하고 오래가는 배터리, 공기저항과 경량화 디자인 등으로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열릴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차 기술진보 빨라…대중화 시기, 2025년보다 앞당길 듯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유럽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와중에도 전기차 판매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마다 다르지만,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으로 최종 구매가에서 1만달러 이상 줄일 수 있다. 독일에서 르노의 전기차 조에의 한 달 임대 비용은 139유로(164달러)다. 미국은 정부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아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다.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보면 유럽이 5%, 미국이 2% 정도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유럽의 전기차 비중은 9%라는 의견도 있다.

전기차가 점점 주류에 다가서면서 보조금이 없이도 전기차가 화석연료 차량과 가격에서 근접하게 되는 티핑포인트에 접근하고 있다.

타임스는 수년 전, 산업전문가들이 2025년을 티핑포인트로 예상했다고 전하면서 기술이 예상보다 빨리 진화함에 따라 퀀텀 점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론 머스크는 오는 22일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에서 무게를 늘리지 않고도 전기차가 상당한 장거리를 여행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티핑포인트로의 이행은 시장별로 차이가 있다.

고급 전기차는 벌써 티핑포인트에 상당히 근접했다. 테슬라 모델3과 BMW3는 모두 미국에서 4만1천달러에 팔린다. 소유 비용 측면에서는 테슬라 모델3이 BMW3보다 훨씬 저렴하다. 점화플러그나 오일류를 교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일당 비용은 가솔린보다 전기가 더 저렴하다.

어느 차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충전을 택할 것인가 좀 더 편리한 가솔린 주유소를 선택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테슬라 소유자는 집에서 충전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판매가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조금 없이 전기차가 자동차 딜러의 판매장에 경제적인 차로 입고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티핑포인트를 2024년으로 예상한 우드 맥켄지의 밀란 타코어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에너지 밀집도가 유달리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업 전문가는 훨씬 더 긍정적인데 중국 전기차 니오의 독일 관리 이사인 후이 장은 2023년을 티핑포인트로 예상했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조교수인 벤캇 비스와나탄은 "타임라인이 가속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2025년에는 티핑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냐고 2010년 누군가에게 물었다면 불가능하다고 답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배터리 가격, 킬로와트시당 100달러 아래가 관건

전기차 업계는 전통 자동차 제조회사를 따라잡기 위해 배터리 가격을 킬로와트시당 100달러 아래로 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가 가솔린차만큼 저렴해지기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배터리팩 비용은 기술에 따라 킬로와트시당 15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다. 이 경우 배터리팩 비용은 2만달러 정도 된다. 하지만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배터리팩 비용은 2008년 이후 80%가량 떨어졌다.

모든 전기차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최소 무게로 최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최적의 물질조합을 찾으려는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배터리 개발 경쟁에는 지정학적 요인도 있다.

중국은 배터리 연구에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이동하면 니오 같은 회사가 유럽, 나아가 미국 시장으로 침투할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은 10년 안 된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사가 됐다.

지난 2008년부터 전기차를 판매한 테슬라는 이 부분에서 가장 앞서 있다. 수년간 배터리의 과도한 사용이나 과열 없이 최고의 성능을 안전하게 끌어낼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테슬라의 4개 차종은 한번 충전으로 300마일 이상 갈 수 있는 유일한 차량이다.

UBS에 따르면 22일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머스크는 최소 비용으로 50% 이상의 저장공간을 허용하는 기술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자들은 훨씬 더 뒤처지게 된다.



◇폴크스바겐 ID 3, 전통 차량 제조사 생존 여부 가늠

전통적인 차량 제조사들에도 희망은 있다.

BMW와 폴크스바겐에 배터리를 제조 공급하는 스웨덴 회사 노스볼트의 피터 칼슨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은 훨씬 뒤처졌다"면서도 "하지만 테슬라를 꺾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자원이 들어간다. 상당수의 대형 차량 제조사들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의 대형차량 제조사가 살아남는 방법은 공급망 등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수백만 대의 경제적인 전기차를 대량생산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ID 3이다(ID는 인텔리전트 디자인을 의미한다).

이 차는 보조금 지원 하에 3만유로(3만5천달러)에 팔리고 있다. 글로벌 제조와 판매망을 이용해 폴크스바겐은 수년 내 수백만 대 판매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전기 SUV인 ID4도 내년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문제는 학습 곡선이다.

학습 곡선은 특정 기술 또는 지식을 실제 필요한 업무와 같은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드는 학습 비용을 의미한다. 특정 기술을 습득할 때 처음에는 학습 효과가 더디다가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나면 빠르게 습득하고 후에는 다시 더뎌지는 곡선을 나타내기도 한다.

독일 카를스루에 공대의 유르겐 플라이셔 교수는 "우리는 헨리 포드 이후 내연 기관을 대량 생산했다. 전기차에는 이런 경험이 없다. 이것은 아주 새로운 기술이다"며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학습 곡선을 돌파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충분한 충전 인프라, 디자인도 전기차 대중화 앞당길 수 있어

전기차가 가격에서 대중화하는 데 있어 배터리만이 전부는 아니다. 충분한 충전 인프라와 디자인도 경제적인 전기차를 끌어낼 수 있다.

테슬라 모델S 디자인을 이끌다가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의 최고경영자로 옮긴 피터 롤린슨은 자기 회사의 수퍼 콤팩트 드라이브 유닛을 굴리는 가방에 담고 나와 청중들을 놀라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 9월 9일 공개된 이 가방에는 전기 모터, 변속기와 디퍼랜셜(차동장치)이 하나로 담긴 유닛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내 공간과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

롤린슨 CEO는 디자이너들이 크고 비싼 배터리를 피할 수 있도록 에어로다이나믹과 무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롤린슨은 "통찰력이 결여되어 있다"며 "많은 사람이 배터리에 대해 말한다. 전기차는 전체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충분한 충전소도 전기차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신속하게 충전할 수 있는 곳이 많을수록 비싼 배터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유럽연합에는 20만개의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데 전기차를 자유롭게 운행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300만개에는 한참 못 미친다. 미국은 유럽의 절반 이하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럽의 충전망은 전기차를 소유하고 충전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롤린슨은 그의 꿈이 중산층도 소유할 수 있는 전기차라며 150마일 정도 운행할 수 있는 경량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만5천달러짜리 차를 원한다"며 "그것은 세계를 바꿔 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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