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13년 만에 악사손해보험의 재인수에 나선 교보생명이 이번 거래를 끝까지 완주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이미 경험해 본 매물인 만큼 향후 시너지 창출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분쟁이 '진행형'인 상황에서 무리한 베팅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8일 실시된 악사손보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경쟁자였던 신한금융지주와 카카오페이가 불참하면서 교보생명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단숨에 떠오르게 됐다.

전문가들은 교보생명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디지털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근 디지털 전문 보험사 설립과 빅테크 업체들의 보험업 진출 등이 잇따르자, 교보생명도 악사손보를 통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의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교보' 브랜드를 십분 활용한 마케팅에 나설 수 있는 데다, 지난 2007년 악사손보(옛 교보자동차보험)를 매각하기 전까지 경영 노하우를 축적해 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딜의 완주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신창재 회장과 어피티니에쿼티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구성된 FI들과의 갈등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쟁 구도에 놓인 FI들 입장에서는 별다른 매력이 없는 악사손보 인수에 나선 것을 결코 좋게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 경영권을 신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FI들이 교보생명의 신규 M&A 등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소송을 통해 돈을 받아야 하는 FI들은 높은 매각가(價)를 고수하고 있는 악사손보에 향후 불필요한 자금이 낭비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향후 중재를 앞둔 교보생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향후 악사손보가 불필요하거나 무리한 인수였다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향후 중재 과정에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신 회장과 FI들의 갈등을 조정할 국제상사중재원(ICC)의 청문 절차는 내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내년 3월께는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정식 청문회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을 감안하면 최종 중재 판결은 내년 하반기에나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후에도 중재 판정 취소 청구 소송 등이 추가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결론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아울러 매각자와의 가격 눈높이에 대한 괴리가 큰 점도 교보생명의 딜 완주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악사손보의 순자산은 2천383억원이다.

최근까지 손보사 M&A 거래가 보통 주가순자산비율(PBR) 대비 약 0.7~0.8배에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어을 제외한 예상 매각가는 1천670억~1천9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사모펀드(PE)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장기화로 보험업황에 대한 원매자들의 인식은 더욱 악화한 상황"이라며 "가격 괴리를 좁히는 작업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향후 포트폴리오 확장에 대비한 스터디 차원에서 악사손보 인수전에 발을 담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자동차보험에 편중된 악사손보 이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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