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최근 미국 수소전기차 업체 니콜라를 둘러싼 사기 논란으로 세 가지 투기 영역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CNBC는 21일(현지시간) "니콜라 사기 논란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전기자동차, 로빈후드(개인) 투자자 등 세 가지 투기 영역을 동시에 강타했다"며 "니콜라라는 하나의 이름은 세 가지 테마를 모두 상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니콜라 사기 논란으로 현재 주식시장 전반이 거품에 빠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도 확산하게 됐다.

니콜라는 지난 6월 스팩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한때 포드 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니콜라의 성공적인 데뷔로 다른 전기 자동차업체도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 시작했다. 니콜라 주식의 급등 속에 밀레니얼 개인 투자자에게 인기 있는 트레이딩 앱인 로빈후드에서는 거래 순위 1위에 올랐다.

이후 공매도 업체인 한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가 사기 업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관련 조사에 착수했고, 회사 창업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트레버 밀턴은 이날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했다.

니콜라 주식은 이날 하루에만 19% 급락했다.

지금의 니콜라 주식 붕괴는 시장 내 개인 투자자의 역할뿐 아니라 스팩과 전기 자동차 업체의 잠재적 위험성을 들추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스팩의 경우 올해 기록적인 열풍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총 386억달러를 조달해 지난해 전체 금액보다도 270%가 급증했다.

스팩은 투자자가 언제, 무엇 때문에 자본이 사용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하는 '백지 수표' 기업이라고도 불린다고 CNBC는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토바이어스 레브코비치 전략가는 "스팩이 급증할 때 약간의 걱정이 된다"며 "이런 자금의 기회주의적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성공 여부를 모르는 거래에 대해 백지 수표를 건넨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강력한 스폰서나 좋은 경영자와 함께라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투기적 요소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업종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기 시작했다.

CNBC는 "전기차 업체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지만, 이들의 약속이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테슬라도 4개 분기 연속 흑자라는 이정표를 세우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로빈후드로 대표되는 미국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유입은 투기 종목의 폭등세를 유발한 것으로 진단됐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스톡옵션에 대한 거액의 베팅으로 기술주 급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3월 하순부터의 강세 흐름에는 개인 투자자의 역할이 컸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CNBC는 설명했다.

매체는 "로빈후드와 같은 앱은 초보 투자자가 시장에 쉽게 접근하도록 했지만, 시장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큰 손실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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