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유럽정유사, 석유 버리고 재생에너지로 전환

엑손모빌·셰브런, 배출가스 절감 등 신기술 집중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석유 가격 폭락과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하면서 글로벌 석유 대기업들이 상반된 대응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끈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로열 더치 셸 등 유럽 에너지기업들은 유정을 팔고 재생 에너지로 전환을 선택한 반면,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 미국 기업은 본업인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리면서 소형 핵발전과 배출가스 절감 등 신기술 개발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양대 대륙 에너지 기업의 상이한 대응 소식을 전하며 기후 변화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온도 차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기후변화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다루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날조'라고 부르며 화석연료 탐사를 위해 환경규제를 폐지하고 있다.

BP는 급격한 변화 전략(the hurry-up-and-change strategy)의 주창자다.

BP는 향후 10년간 배출가스 저감 사업 투자를 열 배인 연간 50억달러로 늘리고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은 40% 줄이겠다고 공시했다.

로열더치셸, 이탈리아의 에니(ENI), 프랑스의 토털(Total), 스페인의 렙솔(Repsol), 노르웨이의 에퀴노어(Equinor)도 비슷한 목표를 정했다. 일부 회사들은 새로운 에너지 투자를 위해 배당을 삭감했다.

BP는 지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존 브라운 최고경영자 주도로 사업 이행을 추진했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의 재무성과는 실망스러웠고 '석유 넘어(Beyond Petroleum)'이라고 붙였던 별칭도 제거했다.

한 인터뷰에서 브라운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많은 목소리가 있다"며 파리기후협약은 중대한 분기점이며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개선됐고 투자자들의 압력도 쌓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들어 BP와 에퀴노어는 뉴욕과 매사추세츠 해안을 따라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파트너십을 공시했다. 이는 이들 지역의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석유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재생에너지로 옮겨가는 것을 어리석다며 전력회사와 대안 에너지 회사가 좀 더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윤이 낮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이 물러나면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회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현재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그들이 제일 잘 아는 일에 몰입하고 있다. 텍사스 페르미안 유정에서 셰일을 굴착하고 있으며 뉴멕시코만에서는 천연가스를 심해에서 생산해 거래하고 있다. 셰브런은 최근 저장량을 늘리기 위해 소형 석유회사인 노블에너지를 인수했다.

셰브런의 에너지 이행 부대표인 다니엘 드루그는 "우리의 전략은 유럽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전략은 현재 자산(화석연료)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탈탄소처리를 하고 지속해서 신기술과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희생하라거나 30년간 배당의 불확실성을 감당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셰브런은 11억달러를 탄소를 포집하고 격리해 대기 중에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또한 벤처 캐피털 자회사인 셰브런 벤처스를 통해 신생 에너지 기업인 잽에너지에 투자했는데 이 회사는 배출가스가 전혀 없고 방사성 폐기물이 작은 소형 핵반응로를 개발하고 있다.

셰브런 벤처스는 2억달러 규모의 펀드 2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석유가스 산업 전체의 배출가스 절감을 목표로 하는 10억달러 규모의 투자 컨소시엄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엑손모빌은 재생에너지와는 거리를 두는 대신 탄소포집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 기술과 효과성 개선에 연간 1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이 외에도 트럭과 항공기에 사용할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해조류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는데 이들 해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한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해조류나 탄소 포집 기술 개발에는 수십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후 전문가들이 미국 석유 기업들이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부 에너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석유 기업들이 본업을 포기하는 쪽으로 달려들지 않은 것이 옳다고 지지했다. 이들은 미국 의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데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번아웃: 화석연료의 종말'을 쓴 옥스퍼드의 경제학자 디터 헬름은 수십 년 뒤 석유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전기, 배터리저장, 삼차원 인쇄, 로봇 등 기술진보는 석유기업을 진부한 것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들 회사는 결국에는 없어진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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