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배터리 신기술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일단 한시름을 더는 분위기다.

그러나 테슬라가 원가를 낮추고 주행거리는 긴 배터리를 개발해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자체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점은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22일(미국 현지시간) 신기술을 공개하는 배터리 데이에서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4680'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54% 길고 단가는 56%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머스크는 배터리 업계의 우려와 달리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나 배터리의 완전한 자체 생산(내재화), 나노와이어 등 혁신적인 신기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LG화학, 파나소닉 등 기존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CATL로부터 배터리를 단독 공급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화하지 않았다.

당초 배터리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인 연구개발(R&D)업체 맥스웰을 지난해 인수한 데 따라 이번 배터리 데이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할 것으로 봤다.

'로드러너 프로젝트'로 불리는 배터리 자체 생산 사업을 이번에 발표하거나, 주요 공급선을 현재의 파나소닉·LG화학에서 CATL로 갈아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테슬라가 최근 배터리 데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이미지에서 암시한 나노와이어 기술도 채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나노와이어 기술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2배 가까이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이다.

그러나 머스크가 대부분 이미 공개된 기술을 바탕으로 배터리 원가 절감과 주행거리 개선에 초점을 맞추면서 배터리 신기술 공개에 대한 우려는 희석됐다.

아울러 머스크가 전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파나소닉과 LG, CATL 같은 협력사로부터 배터리 구매물량을 줄이지 않고 늘릴 작정"이라고 밝히면서 LG화학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업체가 테슬라에 대한 공급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다만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탑재율을 높이겠다고 밝힌 점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중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1년 안에 미국 프레몬트 공장에서 10GWh 규모의 배터리를 시험 생산하고 오는 2022년 100GWh까지 생산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오는 2022년 연간 판매량을 약 175만대로 잡았다.

차 한 대당 배터리 탑재량을 80kWh로, 공장 가동률을 약 50%로 가정하면 오는 2022년에는 30~40%의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테슬라의 2022년 목표인 100GWh의 생산능력은 LG화학이 계획한 올해 말 생산 규모와 맞먹는다.

테슬라가 오는 2030년 생산 규모를 2022년의 30배인 3천GWh까지 확대하겠다고 한 데 따라 배터리 자체 생산 비율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테슬라는 최근 50억달러(약 5조8천2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해 배터리 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머스크는 또 배터리 팩을 비행기 연료탱크와 같이 차량의 기본적인 구조 요소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배터리의 완전한 내재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배터리 팩을 차량의 기본 요소로 디자인하면 배터리 탑재 차량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무게가 크게 줄어든다.

테슬라는 이미 차량 후면 전체를 하나의 부품으로 제조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 제작 비용과 차량의 가격을 낮췄다.

다만 대규모 배터리 생산 경험이 없는 테슬라가 기존 업체보다 가격과 주행거리를 개선한 배터리를 개발하고서 수율과 가동률까지 빠르게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배터리 생산은 2~3년 정도 남은 이슈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배터리 데이 발표 내용이 LG화학의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이 단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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