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달러화 강세와 금값 하락의 변주곡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먼저 봐야 할 그래프들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초에 공개한 연방정부부채의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그 주인공 가운데 하나다. 연준은 지난 21일 미국의 2분기 국가부채가 전년동기대비 58.9%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펜데믹(대유행)으로 치닫기 시작한 1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 11.4%나 늘었다. 모두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 정부가 마련한 경기부양패키지에 투입된 재정지출로 늘어난 부분이다.

의회를 통과해 시중에 풀린 돈만 2조달러에 규모에 이른다.

여기에다 연준은 '유연한 평균물가목표제(Flexible Form of Average Inflation Targeting)'라는 신박한 통화정책까지 도입했다

시중에 달러화 유동성이 넘쳐나는 가운데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까지 가세하면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졌다. 달러화의 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를 오는 2023년까지 제로 수준에 묶어두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이번에도 '코로나 19'가 주범이다. 영국이 제한적인 봉쇄 조치에 들어갔고 프랑스와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2차 유행의 조짐이 보이면서 재봉쇄 조치를 심각하게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서다.

안전자산선호현상(Flight to quality) 강해지면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가 8주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달러화 가치는 치솟았다.

달러화 강세는 금값에 직격탄이 됐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온스당 1천800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최근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장기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급락한 금값도 이미 과매도 영역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실질금리 마이너스의 시대에 금만큼 안전한 자산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CNBC도 전문가들의 진단을 바탕으로 이제 원자재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C는 글로벌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원자재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철광석 같은 산업용 원자재는 사회기반시설 주도의 회복세가 본격화되면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음 수순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전문가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을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다.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에서 실물 자산만큼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벤처캐피탈 회사인 DTAP캐피탈 공동 창업자인 댄 타피에로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 현황과 금값-S&P500 합성지수의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공개했다.









그래프에 따르면 1994년부터 거의 비슷한 궤적을 보였던 두 그래프는 올해 들어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폭증하면서 동조화 패턴이 한순간에 깨졌다.

이를 두고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트위터 댓글 등을 통해 금값의 향후 상승 포텐셜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며 놀라워했다.

연준이 물가가 목표치인 2%를 넘어서도 2023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며 평균물가목표제를 약속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수요견인(demand-pull) 차원의 물가상승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상승(cost-push)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가시화될 가능성을 먼저 본 게 아닐까. 연준도 미리 본 이 그래프는 긴 호흡으로 볼 때 제법 믿을만한 도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미 20년 이상의 과거 추이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할 정도로 많이 풀린 유동성이 과연 어디로 향할지 이 그래프들을 바탕으로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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