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펀드 팔 때 최대 손실액 알려준다
은행, 펀드 팔 때 최대 손실액 알려준다
  • 정지서 기자
  • 승인 2020.09.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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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예금상품설명서 도입…은행, 판매실적 KPI서 배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앞으로 은행이 펀드나 신탁, 변액보험을 판매할 때는 만약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예상액을 고객에게 미리 알려줘야 한다. 또 전화나 문자, 이메일 등 비대면 수단을 활용한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도 원천 금지된다.

은행연합회는 28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의결했다.

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해당 모범규준을 자체 내규에 반영해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개인 투자자에게 대규모 손실을 안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업계의 자율적인 개선대책과 모범관행, 각종 해외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물이다.

모범규준에는 은행이 개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원금 비보장상품 판매에 대한 전 과정을 담았다.

우선 비예금 상품으로는 각종 펀드와 신탁, 연금, 장외파생상품, 변액보험 등이 해당한다. 안전자산으로 운용되는 단기입출식 상품 MMF·MMT는 원금손실 위험이 낮아 제외됐다. 또 은행은 자체적으로 이사회를 거쳐 원금손실이나 불완전판매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상품에 대해선 모범규준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은행은 비예금상품 판매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는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리스크관리담당 임원(CRO)과 준법감시인, 소비자보호담당 임원(CCO) 등이 소속되며, 전문성을 위해 법인형태의 외부전문가도 포함될 수 있다.

위원회 운영의 공정성을 위해 영업 담당 임원은 위원회 회의를 주재할 수 없다. 소비자보호담당 임원이 상품 판매를 반대하면 해당 상품은 판매할 수 없다.

위원회는 상품 투자전략은 물론 상품구조, 손실 위험성 등을 고려해 상품 판매 여부와 판매 대상, 판매 한도 등을 결정한다.

특히 고난도 금융상품이나 해외대체펀드, 1~3등급 수준의 위험도가 부여된 상품은 반드시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상품을 제조한 자산운용사의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능력과 같은 질적 요소도 위원회가 반드시 심의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판매할 상품의 위험과 복잡성, 판매 직원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판매 채널을 사전에 지정해야 한다.

이런 위원회 심의 결과는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대상으로 보고해야 하며, 관련 자료는 10년간 보관된다.

이번 모범규준에는 은행이 상품을 판매할 때 임직원이 준수·금지해야 할 사항도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은행은 비예금상품설명서를 도입해 상품 판매 전 고객이 가입하는 상품을 예금 상품과 비교해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막연한 원본 손실 안내가 아닌, 손실이 증가하는 상황을 가정해 최대 손실 발생액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일부 금융투자상품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해온 해피콜 제도는 비예금 전 상품으로 확대했다. 은행은 상품판매 후 7영업일까지 해피콜을 통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스스로 확인하게 된다.

자본시장법상에 따라 부적합 투자자나 65세 이상 고령자만 대상으로 해온 판매 과정의 녹취 의무는 일반 고객이 고난도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도 적용하기로 했다.

전화나 각종 휴대전화 메시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고난도 금융상품 투자 권유는 제한된다.

자격증이 없거나 업무 숙련도가 떨어지고 민원 발생 건수가 많은 행원은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만약 국제유가나 주가 급락, 금융사기, 자산운용사 부도 등 급격한 시장 상황 변동이 있다면 은행은 즉각적인 판매중단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 6월 말까지 판매상품의 구조와 손익 추이, 민원발생 및 처리 현황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통합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단기 실적 위주의 영업문화와 특정상품 판매 쏠림 등의 개선을 위해 영업점 성과평가지표(KPI)도 개선한다. 특정 비예금 상품의 판매 실적을 성과지표에서 제외하고, 고객의 수익률을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것 등이 그 예다.

금감원은 "DLF 사태 이후 은행권이 내부통제를 개선하고자 했지만 참고할만한 기준이 없어 애로가 컸다"며 "이번 모범규준은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친 만큼 업권 내 모범 관행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은행의 원금 비보장 상품 판매에 대한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되고 영업점 KPI 등 유인 체계가 재설계돼 단기 실적 위주 영업문화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jsje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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