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올해 달러화의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수년 동안 피해왔던 달러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에 다시 빠져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달러를 빌려 더 위험한 자산을 사들이는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자산을 사들여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투자회사인 애쉬모어 그룹은 달러를 팔고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브라질의 현지 통화 국채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올해 미 금리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는 게 덜 매력적으로 됐고, 달러는 캐리 트레이드의 자금 조달에 사용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까운 미래에도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당분간 이런 투자가 유지될 수도 있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연준의 회사채, 국채 매입 역시 금리 하락을 이끌었다. 인플레이션 기대율이 오르고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지면서 미 국채는 가치 저장소로서 매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미 국채를 보유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에 직면하게 된다.

투자자들은 이제 인플레이션 조정 금리가 플러스인 미국 밖의 채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애쉬모어 그룹의 얀 딘 리서치 헤드는 "경제 회복이 미국 밖에서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몇 년 동안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RBC 캐피털 마켓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10개 산업국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상승할 것이라는 투기 세력의 베팅은 최근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2.3% 하락했다. 3년 만에 최악의 월간 수익률을 향해 가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의 펀딩 통화로 달러 사용이 늘어나자 투자자들의 태도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수년 동안 대부분의 다른 통화보다 일본 엔화를 선호해왔다. 유로 역시 유럽중앙은행(ECB)이 제로 이하의 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인기를 끌었다. 마이너스 금리는 투자자들이 돈을 빌리기 위해 돈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달러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던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펀딩 통화로 매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유로존과 미국의 금리 차는 줄어들었다.

캐리 트레이드에서 투자자들은 단지 저금리로만 펀딩 통화를 찾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이거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점도 주요 선택 요인이 된다. 이렇게 되면 트레이드가 끝났을 때 이익은 극대화된다.

롬바르드 오디에의 바실리오스 그키오나키스 외환 전략 대표는 "달러 가치가 여전히 10~15% 과대평가돼 있어 내년에도 추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며 "달러를 펀딩 통화로 사용해 아시아의 이머징마켓 강세에 베팅할 계획인데, 여기에는 중국 위안, 한국 원, 뉴 대만 달러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인베스코의 스튜어트 에드워즈 펀드매니저도 "최근 연준의 금리 가이던스를 볼 때 달러 약세가 예상된다"며 "중앙은행에 맞서 베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를 이용해 멕시코 페소 표시 국채를 사들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페소는 3월 최저치에서 13.1% 상승했으며, 향후 1년 동안 약 2.25%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

모든 투자자가 달러 약세가 지속할 것으로 확신하지는 않는다. 일부에서는 미 대선, 겨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률 증가로 인해 달러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경우 투자자들은 포지션을 접고 달러르 되사게 될 수 있다. 이는 달러 강세를 더하는 요인이다. 지난주만 해도 경기 회복 속도가 고르지 않다는 우려 속에 ICE 달러 인덱스는 1.9% 올랐다.

골드만삭스의 잭 판들 글로벌 외환, 금리, 이머징마켓 전략 리서치 공동 대표는 "올해 또 한번 주식시장이 무너지면 달러 강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전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들어선다면 달러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는 여전히 안전피난처 자산이고, 큰 주가 하락을 보게 되면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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