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온라인 시장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배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이 알고리즘 기술을 무기삼아 자사의 영역을 확장하고 수익을 높이는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본격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자사 상품과 서비스에 유리하게 바꾸고, 이를 경쟁사에 알리지 않은 행위에 대해 267억원의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알고리즘을 바꿔 이른바 '자사 우대'를 한 데 대한 첫 제재 사례로, 유사한 사례에 대한 제재가 잇따를지 주목된다.



◇ 첫 페이지에서 결정…검색 노출 중요성 커져

소비자들은 검색에서 노출이 많이 되는 상품·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

네이버 쇼핑검색 결과 첫 페이지를 압도적으로 많이 봤고 첫 페이지에 노출된 상품을 가장 많이 클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경쟁위원회는 2017년 구글 쇼핑을 제재하면서 일반 검색결과 1위를 3위로 옮겼을 때 클릭율이 50% 줄고 10위로 옮기면 85%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검색 사업자가 검색 결과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상품·서비스 이용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검색 결과 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이 객관성, 중림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 내가 정하는 검색 알고리즘, 나에게 유리하게

네이버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만 하는 중개 역할을 넘어 직접 입점업체와 경쟁하는 이중적 지위를 갖게 되면서 자사가 정하는 검색 알고리즘을 객관적이지 못하게 바꿈으로써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

네이버는 소비자가 상품정보를 검색하면 먼저 검색어와의 관련성으로 등록상품의 기초 순위를 정한 뒤 다양성 함수를 적용해 점수를 재계산해 상위 120개 상품의 최종 순위를 정한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네이버가 다양성 함수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네이버 오픈마켓 상품이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오픈마켓 사업 초기부터 자사 오픈마켓에 유리하게 알고리즘을 바꿨고, 사전 시뮬레이션, 사후점검 등을 통해 알고리즘 조정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관리했다.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 변경으로 자사 상품이 너무 많이 노출되자 경쟁 오픈마켓처럼 같은 오픈마켓 상품들의 노출 순위를 낮추는 '동일몰 로직'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자사 상품 노출이 급감하자 기존 알고리즘을 바꾸지 않기로 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 조정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중 다른 사업자의 사업할동 방해행위에 해당하고 불공정거래 중 차별취급행위 및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검색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입점업체에 이를 알리지 않은 것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는 동영상 검색서비스를 통해 네이버TV 등 자사 동영상과 판도라TV, 아프리카TV 등 경쟁사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관련도 값이 큰 동영상부터 정렬된다.

2017년에 전면 개편된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에 따르면 콘텐츠항목을 구성하는 속성정보의 종류가 많아졌고 검색 상위에 노출되려면 키워드를 중요하게 고려된다.

네이버는 알고리즘 개편 전부터 자사 동영상 부서에 내부 교육자료를 만들어 키워드가 제목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교육하고 키워드를 체계적으로 보완했다.

그러면서도 경쟁 동영상 사업자에게는 키워드의 중요성은 물론 알고리즘 개편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대외적으로 자사와 타사 서비스 간 동일한 검색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네이버의 자사 우대를 불공정거래행위 중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적용했다.



◇ EU선 3년 전 제재…온라인 플랫폼법에 공개 의무화

검색 결과가 공정하고 투명한지에 대한 논란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 제재와 유사한 제재가 EU에서 3년 전에 이뤄졌다.

EU 경쟁위원회는 검색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구글이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해 자사의 비교 쇼핑서비스인 구글 쇼핑을 우대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24억2천만유로(한화 약 3조3천94억원)를 부과했다.

구글은 구글 쇼핑 서비스를 검색 알고리즘과 상관없이 검색결과 최상위에 노출하고 경쟁사의 서비스는 순위가 높더라도 4페이지 정도에 노출했다.





EU 경쟁위원회는 구글에 법 위반을 중지하고 경쟁 비교쇼핑 서비스와 자신의 서비스에 동일한 취급원칙을 준수하도록 명령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해 제재를 받았고, 구글의 경우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추천(피처링)'을 무기로 자사 플랫폼 독점 출시를 강요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위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공정위는 최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하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검색 결과의 구체적인 노출 순서와 기준을 공개할 것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올 연말께 상정돼 이르면 2022년 시행될 전망이다.

다만 공정위가 노출 순서에 대한 알고리즘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어서 사업자들이 영업 비밀을 운운하며 공개를 꺼릴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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