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빅 브러더' 구글
[데스크 칼럼] '빅 브러더' 구글
  • 승인 2020.10.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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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76%는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 압도적이다. 스마트폰은 이미 한 몸이 된 지 오래다. iOS가 탑재된 애플 아이폰을 쓰지 않는다면 모든 소통은 안드로이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실상 안드로이드가 지배하는 세상에 사는 것과 같다.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앱은 구글이 만들어 놓은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시작된다. 앱을 다운받아 뉴스도 보고 게임도 하고, 동영상과 영화도 보고 물건도 산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점점 돈과 결부된 행위들도 늘어나고 있다. 결제가 필요한 앱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구글이 한국에서도 '인앱(In-App) 결제'를 강제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구글은 자사의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팔리는 모든 앱과 콘텐츠에 대해 결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물리는 방안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구글플레이에 새로 등록하는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에 대해서는 내년 10월부터 인앱 결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사실상 구글플레이를 통해 다운받은 앱에서 결제할 때는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고, 무조건 30%를 '통행세'로 물리겠다는 얘기다.

노래를 듣기 위해 구글플레이에서 음원 서비스 앱을 받았다고 치자. 이 앱에서 노래 한 곡을 1천원에 결제하고 다운받을 때 앞으로 구글은 무조건 300원을 가져간다. 영화나 웹툰, 웹 소설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입자가 매월 1만원의 자동결제를 걸어놨다면 구글은 매월 3천원씩, 1년 동안 3만6천원을 챙긴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63%는 구글플레이를 통해 앱을 다운받아 사용한다. 사실상 독점적이다. 모든 앱에 결제 시스템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제 행위가 일어날 때 구글이 챙기게 될 몫은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년 동안 구글플레이의 결제 금액은 6조원에 육박한다. 구글은 한국에서 돈방석에 앉게 될지도 모른다.

구글이 겨냥하는 수익의 원천은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거대 사업자는 물론 새로운 앱을 개발해 장사를 시작하려는 수많은 영세 IT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감당할 사업자들은 몰라도 이제 막 새로운 서비스를 하려는 스타트업들은 망연자실이다. 좋은 콘텐츠를 개발해 1천원에 팔아도 300원을 구글에 떼어내 줘야 할 판이니, 생존이 가능할까 모르겠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선 금전적 손실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작에 30% 수수료를 적용해 온 애플을 보면 이러한 상황이 구글에서도 벌어질 것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재 음원서비스 앱인 멜론은 애플에서 1만5천원에 결제하면 이용할 수 있지만, 구글에서는 1만900원에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이 30%의 통행세를 받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결국 구글에서도 애플과 동일한 가격에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수료를 감당하기 위해선 서비스 이용료를 높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이용자들은 디지털 콘텐츠 구매 및 결제를 위해 월평균 2만원 정도를 쓴다고 한다. 앞으로는 6천원 정도를 더 써야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앱 시장에서 악명이 높기로 유명한 애플은 자사의 '30% 수수료 정책'을 따르지 않겠다면 떠나라고 강요한다. 판을 깔아놨으니 자릿세든 통행세든 내라는 것이다. 게임사 에픽게임즈는 자체 결제 경로를 선택해 포트나이트를 사용한 고객들에게 가격을 20% 할인해 줬는데, 애플은 단칼에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퇴출했다. 구글도 이번 정책 변화를 통해 그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돈을 내든지 싫으면 떠나든지 강요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그간 결제 대행 업체를 이용하면 보통 2∼3%의 수수료만 내면 됐던 사업자들에겐 날벼락이다. 왜 수수료가 30%에 달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내라면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독점적 사업자의 횡포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사안에 대해 면밀하고 속도감 있게 조사해야 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달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입장에 주목한다. 당시 조 위원장은 "관계부처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설 것"이라며 불공정 행위가 발견되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 탑재를 강요하고 있는지와 함께 자사의 앱 장터에만 앱을 독점적으로 출시하라고 강요하는지를 두고 구글을 겨냥해 조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인앱 결제가 시장경쟁이나 소비자 후생에도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공정위는 그간 재벌들의 통행세 '장난질'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왔다. '빅 브러더'가 된 공룡 구글의 행위에도 분명 메스가 필요해 보인다. 생태계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은 독점이 아닌 상생일 때만 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폭증하는 와중에 엄청난 수수료 부과 정책을 꺼내든 구글의 치졸함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4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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