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후 셀다운(재판매)에 실패해 끌어안고 있는 금액이 투자금액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개 증권사는 2017년 1월부터 올 2월까지 총 418건, 23조1천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로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금액 중 14조33억원은 펀드 설정을 통한 판매,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대출채권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재매각했다.

하지만 나머지 9조610억원 규모는 자기자본투자(PI)로 보유하고 있거나, 재매각에 실패해 미매각 펀드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업계는 이 중 장기 투자용 부동산을 제외한 7조~8조원가량이 미매각 자산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4조49억원을 투자했으나 재매각액은 1조4천447억원에 불과해 2조5천602억원을 떠안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하나금투의 경우 1조2천31억원을 보유했다.

이 밖에도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9천50억원, 8천994억원을 보유했고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7천326억원, 7천818억원씩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대부분은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위주로 분포돼 지역별 구성은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기초자산별 구성으로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는 관광 관련 익스포져의 구성이 커 증권사들의 투자 손실 발생 등 건전성 저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신용평가사들은 이러한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관련 익스포져가 향후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적극적으로 이뤄졌던 해외대체투자 영업이 향후 익스포져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사가 어려운 데다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에서 선순위보다는 중·후순위 및 지분투자 비중이 높은 점 역시 손실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올해 8천억원, 2021년 9천억원 규모가 만기 도래 예정으로 해당 익스포져는 만기시점 매각 및 리파이낸싱 시 투자손실을 인식할 수 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사가 어렵고,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부동산의 매각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셀다운을 하지 못한 미매각 익스포져는 증권사가 유동성 및 투자손실 위험을 그대로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측은 셀다운 목적으로 매수한 부동산의 경우 일부 매각에 성공한 경우도 있고 만기 보유 목적으로 장기 투자한 경우도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2월 이후 대부분 셀다운돼 지금은 800억 원 정도가 남았다"며 "나머지 미매각 부동산도 곧 매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도 "셀다운을 목적으로 해외 대체투자에 나서기도 하지만 이 외에도 펀드 형식으로 만기까지 보유하는 자산도 포함돼 있다"며 "'상해 푸동 타워'의 경우 장기 투자용이고 셀다운 목적이 아니며, 주요 미매각 부동산인 '마중가 타워' 등 5천600억 원 정도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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