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한국신용평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로 올해 하반기 국내 정유업체의 실적 개선 수준이 기존 전망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신평은 7일 '탈석유시대의 도래, 중후장대 산업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개최한 웹세미나에서 "석유 수요 개선세가 예상보다 부진하고 복합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이하며 국내 정유사 생산 비중이 높은 경유마진이 줄고 있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한신평은 "코로나19 재확산과 경기 하강에 따른 우려 증대로 추가적인 업황과 정제마진 개선은 제한될 것"이라며 "수요 회복으로 누적된 석유제품의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설비 가동률이 정상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는 정제마진의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주요 기관은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조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운송용 연료가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하고, 내년에는 올해 감소 물량 중 절반 정도만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는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강도 높은 감산과 북미 생산량 감소, 중국 원유 수입 확대 등으로 올해 6월 이후 배럴당 4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 위축에 대응해 공급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하지 못할 경우 다시 하락할 확률이 있다.

한신평은 "정유사들이 비정유 부문에서 이익을 내고 재고 관련 손실이 일부 환입되며 하반기 분기별 영업이익 기준으로 흑자 전환 가능성이 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올해 연간으로 큰 폭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또 "정유사 경기 대응력과 실적 안정성 제고에 크게 기여한 비정유 부문도 수요위축과 공급과잉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화학 부문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는 전방 산업 수요 부진으로 3분기 손익분기점 이하인 t당 13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활기유도 상반기 유가 하락의 시차 효과로 스프레드가 일시적으로 개선됐지만 하반기에는 마진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신평은 아울러 정유사들이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고 석유 제품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배터리와 화학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이후 배터리 및 관련 소재 사업에 연간 1조~2조원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 신규 올레핀사업 투자 발표 이후 각각 2조7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18년 11월 약 4조8천억원 규모의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 설비 상업가동을 개시했고, 7조원 규모의 올레핀 설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리스 부채 계상도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상반기 말 국내 정유 4사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약 25조원에 달했다.

한신평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진한 업황 기조와 외부차입 확대 추세를 단기간에 벗어나지 못할 경우 정유사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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