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외국인의 한국 국채 매수를 막지 못했다. 이들의 원화채권 매수는 오히려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 주식을 대량으로 파는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국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국채 어디에 매료됐길래 이러는 걸까.

금융감독원이 매달 집계하는 외국인 투자 동향(인포맥스 4576 화면 참고)을 보면 이들은 지난해 1월 이후 20개월 연속으로 원화채권을 순매수했다. 연간으로 보면 2016년 13조원가량 순매수에서 2017년 36조원, 2018년 51조원, 2019년 54조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에는 10월 7일 현재까지 62조원을 순매수해 이미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잔액은 150조원대를 돌파하며 연일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보유잔액은 순매수에서 순상환을 제외한 순투자를 반영한 수치이기 때문에 외국인 채권투자의 가장 정확한 지표가 된다. 이 잔액은 작년 말 124조원 수준이었다. 열 달 만에 잔액이 26조원가량 급증하며 코로나19 여파에도 원화채권 매집이 지속됐음을 보여준다.

외국인이 한국 국채를 선호하는 데는 우선 절대금리 매력 우위에서 찾을 수 있다. 비슷한 국가신용등급 수준에서는 한국 국채 금리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인포맥스 국가별 금융종합(화면번호 6535)을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A등급' 국가 중 한국 국채보다 금리가 높은 곳은 없다. 대부분 국가의 국채 금리가 한국과 100bp(1.0%) 넘게 차이가 난다. 8일 현재 국채 10년물 기준 한국 금리는 1.53%대다. 다른 국가는 뉴질랜드와 홍콩 금리가 0.5%대로 높은 편이고, 영국은 0.29%를 나타냈다. 프랑스와 벨기에, 아일랜드 등은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한 두단계 낮은 국가 중에서도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금리가 낮은 수준에 있다.

한국은 이처럼 절대금리가 높으면서도 재정 상태까지 양호한 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막대한 규모의 재정 방출로 국가채무비율은 전보다 크게 높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전일 한국의 재정적자가 증가하는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국가신용등급(AA-)과 등급 전망(안정적)을 그대로 유지했다. 주요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는 상황에서 이번 한국의 등급과 전망 유지는 적잖은 성과로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국가신용등급 및 전망이 하향 조정된 사례는 107개국, 총 211건으로 역대 최다 수준이다.







(그림: 달러-원 월봉 차트)

달러-원 환율 안정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도 국외 투자자들의 한국 국채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다. 국제금융에 정통한 한 고위당직자는 과거와 달라진 서울외환시장의 분위기가 한국 국채의 밸류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과거 달러-원 환율의 급변동은 국외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금융자산 전체의 리스크로 작용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장기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는 달러-원 상황이 안정적인 투자를 가능케 했다는 설명이다. 달러-원 환율은 2009년 이후 10년 넘게 1,000~1,250원 밴드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이 밴드는 유지가 됐다.

외국인의 한국 국채에 대한 선호는 내년 적잖은 규모의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국채 단순매입, 장기투자기관의 수요 확대 등까지 고려하면 발행 증가에 따른 국채시장 리스크는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인다. 한국 국채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각과 정부 당국의 입장은 이달 말 예정된 연합인포맥스와 기획재정부 공동 주최 'KTB 국제컨퍼런스'에서 더 자세히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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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3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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